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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없고 아빠는 죽어가고... 난 열애 중

미아 한센 러브 감독. 어느 멋진 아침

by 백승권

산드라(레아 세두)는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통역사다. 산드라의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는 앞이 안 보이고 기억을 잃어 가고 있다. 이 두 문장으로는 산드라의 현재를 요약할 수 없다. 산드라는 그저 살아간다. 아버지의 현재와 앞날을 근심하며 딸을 향한 애정을 듬뿍 쏟아가며 서로 다른 언어를 연결하며 산드라는 그저 살아간다. 모두 온전히 자신의 삶인 것처럼. 그런 산드라는 오랜만에 재회한 클레망(멜빌 푸포)과 입을 맞춘다. 산드라처럼 결혼하고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남자였다.


산드라와 클레망은 입과 몸이 붙은 이후 떨어지지 않는다. 떨어져 있을 땐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의 온도만으로도 휴대폰 액정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입가와 눈가에 그려진 곡선이 꺾일 줄 몰랐다. 게오르그의 증세는 나아질 수 없고 요양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었고 증세가 오기 전에 철학교수로서 지녔던 지성의 흔적은 처분하는 중이었다. 가족 모두가 게오르그의 당면한 죽음을 인정하며 대비 중이었고 산드라는 그 스트레스를 5년의 공백 끝에 찾아온 열애로 견디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클레망은 원래 가족의 곁으로 돌아간다. 산드라는 울었다. 아버지의 다가오는 죽음을 인정할 때와는 다른 농도의 눈물이었다.


클레망은 돌아오고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했다. 게오르그가 입원한 병실에 잘못 찾아온 다른 노인 환자들처럼. 클레망은 어쩔 수 없는 열애의 감정으로 반복했고 게오르그의 병실을 잘못 찾아오는 노인들 역시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모르는 채로 방황을 거듭했다. 둘 다 산드라에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오르그는 소실되는 기억으로 맥락을 해석하기 힘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딸의 물음에 대답은 했지만 때로는 혼자일 때보다 더 고독해 보였다. 게오르그는 헌신적인 여자친구 레일라(페리아 델리바)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정도로 정신적으로 쇠약해 보였다.


산드라는 정착하지 못하는 클레망을 보며 정부 취급받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멈출 수도 없었다. 클레망의 존재는 더 이상 산드라에게 없어선 안될 만큼 절대적이었다. 동시에 아버지의 소멸해 가는 정신도 안타깝긴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그의 악화되는 병세에 대한 여러 날의 기록이 담긴 일기장을 발견한다. 평생 철학을 연구하던 학자로서 생각의 힘이 사라져 가는 비극을 절감하는 모습들이 다양한 길이의 문장으로 옮겨져 있었다. 산드라는 사회운동에 열성적이지만 전 남편(산드라의 아빠)에겐 냉정한 엄마(니콜 가르시아)와 사라져 가는 아빠 사이에서 비윤리적인 사랑에 빠진 자신을 끌고 가며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멋진 아침은 그저 미지의 시공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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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