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에스마일 감독.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진실이 뭔데요?
이 모든 걸 조종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요
타이타닉에 버금가 보이는 유조선이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즐비한 해변을 덮친다. 아무도 멀리 저 배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주 서서히 다가오다가 비명과 물살과 함께 대지를 쪼개놓는다.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는 테슬라가 셀 수 없이 연쇄추돌한다. 모든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 들어본 굉음이 고막을 찢는다. 해독할 수 없는 전단이 공포감을 배가시킨다. 그중에서도 최악은 인터넷, TV를 비롯한 모든 미디어가 연결되지 않는 점이다. 떠나온 도심은 이미 멸망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떼 지은 동물들이 집을 둘러싼다. 인간의 언어를 소리 낼 줄 모르는 그들의 눈은 알 수 없는 적의로 가득하다. 백인들이 놀러 온 빈집에 흑인들이 노크한다. 처음 본 사이, 서로를 경계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지만 믿지 않는다. 한쪽의 가족 구성원은 정황상 사망이 확실해 보이고 다른 한쪽 구성원은 갑자기 모든 치아가 빠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는 두려움과 조바심으로 사로잡히지만 도로는 막혔고 내비게이션 연결은 불가능한 상황. 남은 인간들은 미묘한 불신 속에서 연합을 도모한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 악질 고용주와 매일 죽어나가는 노예 사이였던 그들의 조상들과 달리 인류 최후의 상황에 마주한 그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상대를 믿고 의지하기로 한다. 서로를 살려야 모두 같이 살 수 있었다. 아무도 이 아마겟돈의 배경과 시작, 결말과 비밀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동안의 단서로 짐작하고 신중하게 대처할 뿐이었다. 자신을 용서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 생존이 위협받자 남은 자들은 가장 시도하지 않았던 태도로 바꾸기로 한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는 두 가족에게 찾아온 세상의 실질적 종말의 단면을 면밀히 해부한다. 우리의 견딜만했던 평화로운 일상의 끝은 이렇게 찾아올 거라고.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한 비행기가 아무 조짐 없이 추락해 산산조각 날 거라고. 그 안의 승객과 승무원들은 모두 바다와 이름 모를 해변에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을 거라고, 그중 연락이 갑자기 안 되던 우리의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런 멸망의 풍경의 한가운데에서 우린 웃지도 울지도 못할 거라고. 이런 상황은 준비한다고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대부분은 이유도 모르고 죽을 것이고 나머지는 이유를 아는 척하다가 끝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