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 감독. 플라워 킬링 문
아메리카 원주민(이하 원주민)의 땅에서 석유가 솟구쳤다. 원주민들은 눈 뜨고 모든 이익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오세이지족의 여러 원주민(이하 원주민과 오세이지족은 동일한 대상으로 사용)은 부유해졌다. 백인 하인을 두고 고급 옷과 장신구, 고급 차가 즐비했고 대출 한도는 무제한에 가까웠다. 원주민은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애초 이방인들이 오지 없었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조상 대대로 살던 영토는 사라졌다. 백인들의 탐욕은 굶주림을 채우려는 육식동물의 피 묻은 송곳니보다 더 진하고 날카로웠다. 백인 남성이 원주민 여성과 결혼하면 이후 계약에 따라 원주민 여성의 땅과 재산은 모조리 백인 남성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애초 백인들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계약, 원주민들의 의문사가 늘어나고 있었다. 동네 개가 죽어도 이유를 알 텐데 오세이지족의 시체가 늘어가는데 아무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백인 우두머리가 법과 행정, 치안을 주무르고 있었다. 원주민 여성들은 결혼하자마자 죽고 원주민 아이들은 백인 아빠가 생기자마자 죽고 있었다. 이후 모든 재산은 이들의 남편이자 아빠였던 백인 남성에게 옮겨지고 있었다. 원주민들에겐 정복자, 약탈자, 살인자들의 세상이었다.
참전군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돌아온 오클라호마의 동네는 삼촌 윌리엄 헤일(로버트 드니로)이 '킹'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윌리엄 헤일의 권유로 일을 시작한 어니스트는 오세이지족 여성 몰리(릴리 글래드스턴)와 가까워진다. 윌리엄 헤일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몰리의 집안이 소유한 땅과 재산은 어마어마했고 윌리엄 헤일은 가족을 통한 부와 권력의 확장을 반겼다. 몰리는 강인하고 당당했지만 어니스트와의 사랑과 결혼, 출산, 가족의 연이은 죽음 이후 삶이 무너진다. 게으르고 무식하고 범죄를 서슴지 않던 어니스트는 삼촌의 계략 아래 몰리와 몰리의 가족을 모조리 살해하는 데 동참하고 있었다. 술에 취한 원주민을 총으로 쏘고 집을 폭파시키고 아프면 의사를 매수해 치료제 대신 독극물을 주사했다. 개별 수사가 시작되면 담당자를 살해했다. 어니스트는 윌리엄 헤일의 손아귀 안에서 아내와 아내의 가족을 죽이고 있었다. 원주민들의 오랜 친구를 자청하는 윌리엄 헤일은 장례식에 찾아가 유족을 위로하고 모두 앞에서 범죄자 색출을 위한 지원을 공표했다. 윌리엄 헤일은 알고 있었다.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고 결국 모든 오세이지족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가져갈 거라는 걸.
워싱턴 D.C. 의 에드가 후버(FBI 초대 국장)의 명령으로 오세이지족 연쇄살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어니스트와 윌리엄 헤일은 재판에 넘겨진다. 백인 정복자들의 만행이 낱낱이 드러난다. 궁지에 몰린 어니스트는 마지막 남은 양심이라도 쥐어짜듯 윌리엄 헤일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영혼이 깨끗해졌다고 잠시 믿었지만 아내 몰리에게 지속적인 독극물을 주사했냐는 질문에는 아니, 절대 몰랐어...라고 답하지 못한다. 어니스트 역시 자기 삼촌 같은 살인교사자와 마찬가지 범죄자였다. 삼촌을 감옥에 집어넣는데 조력한 것은 결국 자신의 죄책감과 불안을 내려놓기 위한 본능적이며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그의 본능 안에 아내와 아이를 위한 자리는 너무 작았다. 침범한 백인들의 유일한 목적은 기존 영토의 주인이던 원주민의 흔적과 역사를 모조리 지우는 것이었다. 애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플라워 킬링 문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전에 제작했던 HBO 시리즈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외전처럼 보였다. 현재의 미국땅이 누구의 피로 젖은 채 번성했는지 잊지 말자고 촉구한다. 인생을 완전히 조져서 시종일관 추한 표정을 짓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무식한 백인 멍청이 연기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