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스텁니츠키 감독. 노 하드 필링스
어떤 사람들은 자식의 첫 섹스 경험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어떤 사람은 그 돈이 필요해서 누군가의 첫 섹스 경험 상대가 된다. 적나라하게 썼지만 노 하드 필링스를 관통하는 전제이자 전부인 핵심이다. 이 거래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면 이 영화에 대해 어떤 것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 나이와 성별, 부모와 경제, 학력의 차이가 현저히 큰 계급끼리의 우당탕탕 로맨스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한쪽이 제니퍼 로렌스라면 더더욱.
생계를 위해 중고차라도 간절히 필요했던 메디(제니퍼 로렌스)에게 퍼시(앤드류 바스 펠드먼)는 쉬운 고객이었다. 퍼시 부모의 은밀한 요구대로 은둔형 외톨이인 퍼시에게 최초의 경험 상대가 되어주면 끝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퍼시는 막 고교를 졸업했고 메디는 서른 초반. 동네 토박이로 지내며 수많은 이성을 만나온 메디에게 퍼시는 중고차 키를 기꺼이 건네주는 과묵한 영업사원처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메디는 퍼시 부모 같은 외부 사람들이 (집값을 올리며) 망쳐놓은 동네에서 쫓겨나기 직전이었고 결론적으론 그들의 경제적 지원으로 자신의 고향과 생계 터전을 지켜야 하는 신세였다. 명문대 진학을 앞둔 퍼시가 사회적 고립자가 되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것에 비해 메디는 자신이 처한 객관적 상황과 배경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문제는 최초 의도가 뭐였든 대화와 시간과 사건사고가 엮이면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20대 남성의 의미 있는(?) 한 발자국 진전(?)을 위해 경제적 난처함에 처한 30대 여성이 철저히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가 (또는 서로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양쪽 합의 하에 서로를 도구화하기로 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도구화 대상은 메시다) 둘은 인간적으로 이어진다. 서로가 얼마나 다른지 인지하면서도 그만큼 서로에게 비중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첫 경험 어쩌구는 중요하지 않은 차라리 영원히 묻어두고 싶은 초라한 과정이 된다. 둘은 해괴망측한 에피소드를 겪으며 긴밀해지고 결국 시선은 맞은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된다. 나는 누구고 내가 감추고 싶었던 건, 진짜 필요하고 원하는 건 뭐지에 도달한다.
부유한 엘리트 계층의 어린 남성이 (그는 나중에 자신이 어떤 사회적 지위에 오를지 알고 있다) 비교적 낮은 경제 계급의 여성을 통한 성장기라니. 아무리 다양한 파괴력의 펀치를 지닌 코미디와 자기 성찰적 대사를 촘촘히 배치해도 이 노골적인 외피를 벗겨내기 힘들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제니퍼 로렌스에게 더 근사한 각본이 안겨졌으면 좋겠다. (제니퍼 로렌스의 캐릭터와 연기가 아닌 영화가 설정한 관계 구도와 시선, 균형 감각이 불편하다) 루저 캐릭터와 난장판을 뒤섞는다고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순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