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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자취를 감추고 고통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by 백승권 Jan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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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다. 

혼자 웃기도 한다. 

새로 발견한 노래를 끊임없이 듣는다. 

가사와 선율 속에 파묻힌 척 한다. 흥얼거리기도 하며.

마치 같은 슬픔이나 상처를 입기라도 한 것처럼. 

내가 서 있는 곳을 상상한다.

땅이 아닌 곳

지위가 아닌 곳

꿈이 아닌 곳

역할이 아닌 곳

그런 곳이 있나

그런 곳이라면 언제까지 서 있을 수 있나.

서 있는 게 맞기는 한가.

생각의 개수가 늘면 뭐가 달라지나.

비관과 낙관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 

글이 직업인가.

타인은 글이 직업이 아닌가.

글이 언제까지 나를 먹여 살리나

글이 먹여 살리고 있는 게 맞나

실은 내가 다른 이유로 먹고살고 있는데

굳이 내가 그걸 글로 먹고 산다고 자기 최면 중인가

미래는 도착했나. 불안과 함께.

불안은 변화를 가져오나. 느끼지 못하면 퇴화인가.

지속가능한 것들이 존재하긴 하는가

지속되지 않고 불가능한 것들 천지라서 

저런 단어를 발명한 것은 아닌가

과거에 옳다고 여기던 것들이 지금도 유효한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나.

나의 생각은 어디로 향하나.

생각을 따라다면 원하던 섬에 도착하나

원하던 섬에 도착하면 그다음은 계획이 있나. 

몇 가지 계획인가. 그 계획 안에 누가 있나. 

인정받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아니라면 무엇이 더 중요한가.

누구와 함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나. 없다.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감각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언제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사라진다면

미래와 목표가 무슨 소용이 있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외에 

내일 입금될 금액을 미리 계산하고 있는 게 

생존 연장에 어떤 기여를 할까.

차라리 환상을 숭배한다면 나을까

이건 다 우주 입장에서는 조금 

자욱한 먼지들의 확산일 뿐이라고 믿으면

위로가 되나. 슬픔은 자취를 감추고 

고통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저 이건 모두 게임이고 연극이고 

독특한 방식의 세포 분열이라고 하면

이해의 영역이 확장될까.


낮은 어렵고

밤은 이르고

새벽은 고요해서


잠에 취한 눈으로 

갑자기 떠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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