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문득
잊히는 것들에 대해 떠올렸어요.
관계의 소멸.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장 먼저 잊히고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만
대상에 대한 아무 감흥이 없다면
잊힌 것과 마찬가지겠죠.
아무 생각 없이 반응만 하게 된다면.
보인들 안 보인들 다를 게 없는.
잊혀선 안 되는 관계가 떠올라 두려웠어요.
심연을 옥죄는 공포감보다는
이렇게 하나의 과거가 비워지는구나
같은 허망한 두려움.
우린 다시없는 존재가 되겠구나... 같은.
만나기 전과 다름없는 상태로
모르는 사이처럼 점점 가겠구나.
지난 모든 관계처럼.
지금 모든 관계들이.
눈을 뜨고 어제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했어요.
순간적이었나. 아니면 은근한 확신이었나.
이런 두려움은 최초가 아니라서
대응의 레퍼런스가 있었고
두려움은 순간적으로 돋아날 수 있지만
신뢰와 언약의 깊이로만 보면
금세 말라버릴 이슬 같은 거겠죠.
보이면 보이는 불안에 휩싸이고
보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불안에 휩싸이고
약기운에 생각마저 약에 젖었는지
감기가 감정의 통로마저 막았는지
아까는
아무것도 달라지게 하지 않을
이런 글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인지 싶기도 했고.
이 상태의 원인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원해서가
아니라는 체험을 직접 하기도 했고.
정말 다음 버스로 갈아타려고
지금 버스 창문을 열어서 언제 뛰어내리나
계산 중인가 싶기도 하고.
타이밍 잘못 맞추면 길바닥에 뒹구르다
비명횡사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구 걱정에 이렇게 취해 있는지 모르겠고.
살아있는지 모르겠고.
의식이 들었는지 모르겠고.
사막의 미아가 되었다가
우물에 떨어져 꾸는 꿈인가
이미 죽은 자의 남은 기억이
사라져 갈 때 작동하는 이미지인가.
관계가 아니라
나만 사라질 수 있겠구나.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수 있고
나만 사라지면
관계는 유효하겠구나.
그래도 나는
관계의 일부겠구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