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잠한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용의자를 지목하고 싶지만 없다.
(용의자가 있으면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지 않다.)
수면시간이 며칠 적긴 했다. 하지만
이후에 늦게 일어난다고 개선되지 않는다.
표정이 납작해진다. 눈꺼풀에 추가 달린 것처럼.
무겁고
예약도 하지 않은
정신과 상담을 준비하며
현재 상태 리스트를 쓰다가
일상이 잠시 멈추라고 하여
여기까지만 쓰게 되었어요.
쓴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고
썼구나 정도만 남게 되지만
기록했다는 기억만 남는 것보다
기록 자체가 남는 게 나을 거 같아
여기 옮깁니다.
인간 정신 전문가(의사)와 만나서
뭔가 전문적인 소견을 듣고 싶기도 한데요.
일단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나보다 심한 케이스가 너무 많을 텐데
교과서처럼 처방할 것 같기도 하고
그도 인간인데 내가 그의 분석과 태도를
단숨에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내 상태가 지금 그런 전문적인 소견까지
필요한 정도인가 싶기도 하고
한때 강렬한 호기심에 이런
경험에 대한 니즈가 강하긴 했지만
지금은 의지가 많이 소실되었고
약간 점 빼러 피부과 가기 귀찮은 상태 같기도 해요.
이 점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고
나조차 가끔 눈에 띄지만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고
내 몸에 내내 붙어있지만 계속 두다 보면
얼룩말 무늬처럼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무슨 피부암 전조까지 감지되지 않는 이상
딱히 시간을 두어도 괜찮을 것 같고...
뭐가 많네요. 늘 핑계만 늘지.
당신의 성인우울 검진결과는 ( 30 ) 점으로
( 매우 심한 우울 )입니다.
극심한 우울감이 있으며,
우울감을 혼자서 이겨내기 힘든 상태입니다.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상담 필요.
방금 동네 근처 자살예방센터(정신건강예방센터)에서
자가진단을 해본 결과예요.
나름 긍정적으로 표기했는데
혼자 이겨내기 힘든 상태라는 게 재밌어요.
내가 지금 괜찮지 않다는 것을
너는 지금 괜찮지 않다고 타인에게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내가 지금 괜찮게 여겨지는 것을 보니
나는 확실히 괜찮지 않은 것 같지만
내가 지금 괜찮지 않음이
내가 지금 그래도 괜찮음에게 밀리고 있어서
내가 지금 괜찮다는 것은 꼭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괜찮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중간 정리.
괜찮든 괜찮지 않든
병원까지 가서 접수할 의지가 없어요.
거기까지 상태가 도달하지 않은 건지
이미 너무 멀리 지나온 것인지
측정한 기준이 없습니다.
약을 먹고 있는
지인이 그랬습니다.
나도 너처럼 그러다가
너무 늦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