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본광고들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세일즈 증대라는 표면적 의도를 감춘
인간 심연 깊숙한 곳까지 닿는 메시지들을
굉장히 높은 빈도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상업광고의 외피를 감춘다.
무형의 서비스 영상에게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일본광고는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특허라도 낸 것처럼 독보적인 지위를 지녀왔다.
(감동을 연출하는 방식은
광고가 만들어지고 온에어되는
각국의 정서에 따라 다르다)
광고에서
인생을 발견하고
진심의 위로를 받고
용기나 희망 같은 것에 대한 기대를 되살리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기도 하며
과거, 현재, 미래의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수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일본광고는
브랜드를 꼭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너의 고민을 깊이 공감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한국의 카피라이터들이
이 부분에 취약한 게 아니다.
한국의 클라이언트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영영 기억되는 광고와
브랜드 매출을 올려주는 광고는
다르다는 의견이 분분하고
상황에 따라 맞다 틀리다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분명한 건
한국시장에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광고가
(일본에 비해) 드물다는 점이다.
자기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광고를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방법은
입에 과자를 넣어주는 게 아니라
그 과자가 왜 당신의 입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기도 할 텐데.
이 과자가 나를 이해하고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어떻게 생각나지 않을 수 있을까.
대가를 치러서라도 방 한구석에 놓아두고 싶을 텐데.
이미 어떤 과자와도 다른
나를 이해하는 나와 연결된 브랜드의 과자니까.
인생을 말하는 게 따분한 게 아닌 중요하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그러니 잘 듣고 너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도를 멈추지 말라고
잠시 휘청였다고 해서 너는 영원한 패배자가 아니라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 자신을 믿으라고
간지러워서 주변 지인들도
입 다물고 있는 이야기를
공식적인 브랜드 (광고) 영상을 통해
듣게 된다면 기분이 남다르다.
혼자 계속 보면서 얼굴을 붉힐 수도 있고.
마치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최애곡이 생긴 것처럼.
현실 인간들은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
어떻게 니가 쓰고 싶은 것만 쓰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남의 돈을 받아가며 일할 수 있겠니.
상식적이다. 듣기 싫을 뿐. 그리고 틀렸다.
저런 일본광고 스타일의 접근을 기준으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썼을 때
결과적으로도 가장 좋았다.
(담담하게 적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손모가지를 걸 수도 있다)
그 메시지를 알아들을 대상에게
이 메시지를 쓰는 것이니까.
하지만... 늘 이렇게
최종 결과로까지
살아남는 카피는 없다.
저런 일본광고 카피는
일본에서는 초대형 브랜드가 선정한
광고 메시지더라도
한국에서는 일기장에나 쓰라는
피드백을 여전히 받는다.
일본광고는 일기장에나 쓰는 카피로
광고를 만들어 심금을 울리고
한국광고는 일기장에나 쓰는 카피를
광고에 거의 쓰지 않는다.
레퍼런스가 될만한 한국광고 카피는 많지만
일본광고의 빈도와 정서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중이다.
쓰고 쓰고 쓰다 보면 기회가 오지만
이제는 그 열두 달에 한번 정도 오는
기회를 기다리다 보면
그렇지 않은 카피를 354번 정도 써야 한다.
좋고 나쁘다의 영역이 아닌
취향의 매칭은 이렇게 어렵다.
취향으로 일하냐고? 조용히 좀 하자.
이런 카피가 이해되는 분야는 있다. 드물 뿐.
존중받는 환경이 분명 있다. 찾기 어려울 뿐.
어떤 카피를 경험하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나는 그런 경험을 자주 했고
더 많은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을 뿐이다.
클라이언트가 목표로 제시한 매출을
채워야 한다는 삭막한 소리 말고.
어떤 일은 그냥 일이 아니다.
다들 숭고한 목적의식이 있겠지만.
카피는 그저 텍스트가 아니다.
우연히 어떤 광고카피를 보다가 날벼락을 맞은 듯
인생에 대한 관점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부드럽게 따스하게
눈물 나게 뭉클하게
심장이 쾅쾅쾅 뛰게.
같은 직업이 아니면
이해가 조금 다를 수 있다.
몇십 편의 일본광고를 보다가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