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으며 사랑해라고 말하고
혼자 걸으며 좋아해라고 말하고
혼자 걸으며 보고 싶어라고 말하고
혼자 걸으며 눈물 글썽이고
혼자 걸으며 과거를 떠올리고
혼자 걸으며 대화를 기억하고
혼자 걸으며 혼자 웃고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 걸으며
혼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혼자라는 것이 절실히 체감되는 순간
혼자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와닿는 순간
혼자의 순간
혼자의 공간
혼자의 시간
혼자의 기억
혼자의 착각
혼자의 망각
혼자의 그림자
혼자의 목소리
혼자의 유통기한은 여기까지였던 거야.
혼자가 되어 썩지 않으려면 방부제가 필요한 데
혼자 죽지 않으려고 뿌린
온갖 향신료가 기능을 다하고
혼자 춥지 않으려고 덮은
모든 이불이 낡아 먼지가 되고
혼자 꺼내 보려고 넣어놓은
사진들이 온통 바래져 지워지고
혼자 썼던 글을 읽고 읽고 읽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혼자 버틸 수 있는 중력이 그저 이만큼이었던 거야.
혼자가 약한 게 아니라
혼자가 아니었던 상황이 그만큼 강력했어.
혼자가 될 수 없는 평행우주를 이야기한 적 있었지.
혼자가 될 수 없는 그곳에서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되어 누구도
혼자 있게 하지 말자고.
혼자 있던 시절로 돌아가서
혼자 어둠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세다가 잊으며
혼자 있지 않았던 날들을 떠올리다가
혼자 웅크려 잠드는
혼자의 궁상을
혼자의 쓰레기통을
혼자의 새드엔딩을
혼자 남은 채팅방을
혼자 옅은 한숨 쉬며
혼자 서성거리며
혼자서 놀고 있는 거야.
혼자가 된 적 없었던 것처럼.
혼자 있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어.
혼자 꿈을 꾸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어.
혼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는 걸
혼자 누워 있던 병원 침대가 생각나요.
혼자 머리가 다쳐서
혼자 다리가 다쳐서
혼자 정신이상을 일으키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키가 크지 않은 건 아닐까
혼자 혼수상태인 건 아닐까.
혼자 기다리다가 고장 난 게 아닐까
누굴?
모르겠어.
혼자 너무 오래 지냈어.
혼자가 뭔지도 모르겠어.
혼자가 좋은 적 있었나 그랬으면
혼자 이럴 리가 없을 텐데
혼자 묶여 고통에 온몸을 비틀던 그때를
혼자 떠올리지 않을 텐데.
혼자 고통스럽고 아무도 몰랐던
혼자 피를 흘리고 보이지 않았던
혼자 마취상태에 빠져야 했던
혼자 혼자였던
혼자였던 그때가 가끔 생각나.
혼자였던 적이 너무 많았다.
혼자 미쳤는지
혼자의 감옥에 갇힌 후 열쇠를
혼자 누가 강물에 던진 것 같아.
그 사람이 혼자 죽으면 (나는) 어떻게 해.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