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살

by 백승권

긍정은 부정의 부품 같은 것


부정이 세계라면

긍정은 집이며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부정이 자동차라면

긍정은 브레이크인데


나는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동승자들이 창 밖으로 튀어나가고


부정이 교회라면

긍정은 십자가인데


어릴 적 들은 신의 아들에 대한 설화를

평생 의심하게 될 줄 몰랐어


자기 자신에게 끌려온 곳에서

못 견뎌 도망친 자들은

재앙에 짓눌려 다시 끌려오고


누가 조립한 플라스틱 십자가에 누워

왼팔로 오른손에 못질을 하며

남은 몸을 뉘이고 물에 띄운다


이마에 성수를 부은 줄 알았는데

휘발유 냄새가 나고


저 멀리 유성인 줄 알았는데

가까워지는 불화살


내가 사라진다고

누가 행복하겠어


살을 찢고 탈출해도

수영할 줄 모르고


몸은 차가워지고

듣는 사람이 없어

눈물도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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