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by 백승권

후회한 적 없어요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래요


다 끝났을 때

무엇이 남았을지 떠올리면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고


지금 지나가는 현재도 어쩌지 못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그리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싶고


갇힌 낮은 너무 길고

누운 밤은 너무 짧아


7일의 5일이 이런 식이면

70년 중 50년을 혐오해야 하잖아요


바쁘면 잠시 사라지고

한마디 터지면 금세

살의로 덮이겠지만

정신 상담보다 탈옥이 낫고

성공한 자들은 돌아오지 않는

서울의 끝에서


팔다리에 매달린

너무 많은 끈을

나 아닌 누군가 조종한다는

망상을 언제쯤 벗을 수 있나


차라리 여긴 병원이고

행복해지는 수면제를 맞고서

잠시 잠들었다고 여기자


후회는 처음부터

제 지문과 대사에 없었어요


다 너무 느리고

너어무 답답해요


어디든 갈래요

여기만 아니면


웃고 싶지도 않고

방금 이건 웃는 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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