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어

by 백승권

어떻게 견딘 거예요

나도 내가 이렇게 지긋지긋한데

못생긴 심해어처럼 어둠을 휘젓는 날

어떻게 상대하는지 참

죄스럽고 한없이 조아리게 돼요

어쩌다 날 알게 되어서

이런 시련과 고난의 그물에 엮여

여기까지 실려오셨나요

멀미가 나요

파도가 배를 삼키고

난 수영을 못하는데

허우적허우적 버둥거리다가

죽은 물고기들과 얼음 위에서

잠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탈출한 그곳은 어때요

전 아마 영영 다다르지 못할 곳

육지가 아니라 천상인가요

해초를 떼어내고

젖은 머리를 말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지도를 버려요

배를 잊어요

돌아보면 안 돼요

소금기둥이 될지 모르니까

검은 차에 시동을 걸고

멀리 떠나요

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걸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해요

바다에 가라앉은 모든 걸 잊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그것만 기억해요

구체적이지 않아도 괜찮으니


랄라랄라라

슬프지 않아 더 이상

랄라랄라라

고통은 없어

랄라랄

없어

아무것도

이제는

어디에도

그때는 오지 않아

세상에 절대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절대 없을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모두 없어졌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지금쯤 고통과 슬픔 없는 곳에

도착했을 테니 편히 쉬어요


이건 심해에서

숨을 참고 쓰는 편지예요

아무도 발견할 수 없어요

눈물로 썼으니까

엉엉 엉엉

어서 가요

또 쓸게요

보내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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