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되는 꿈

by 백승권

얼마나 많은 악인들이

망각에 기대어

자신의 죄악을

베개 밑에 숨기고 있나


너희의 피 묻은 칼이

누구의 몸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숏츠를 켜고 낄낄거리겠지


죽지 마 제발

죽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기다렸다가 구경하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핑계를 만들어 놨어

너희가 먼저 시작한 범죄라고

나는 거기에 대응한 거라고


이런 생각을 하면 서글퍼

약자가 경찰차 뒷좌석에서 하는 생각 같아서

이 편지는 보낼 수 없어요

살의가 너무 적나라해서


글이란 건 웃기죠

죽이지 않아도 죽일 수 있으니

실제 죽은 사람은 웃지 못하고

죽고 싶은 사람은 글을 남기고

남은 사람이 울어도

죽은 사람은 들을 수 없어요


그래서 나는 용기가 없어

우는 사람을 상상하는 게


그래서 나는 너희의 칼이

들어갔다 나온 자리를 만지며

내가 칼이 되는 꿈을 꾸는 거야


미안해요 이런 생각들

옳지 않은 거 알면서

죽고 싶으니

죽이고 싶은 건지

그 반대인 건지

허세나 반항인지

아무것도 아닌 새벽인지


저는 가끔 이런 식으로

너무 쉽게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목줄을 끊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목덜미에 피 묻은 커다란 개처럼






Francis Bacon's Self-Portrait, 1956, captures several of the artist's distinctive features, including his broad face, deep-set eyes, and commanding stature. Delve further into this painting from the Modern's permanent collection in this docent-led video.

https://www.themodern.org/program/francis-bacon-slow-art-virtual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심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