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게

by 백승권

또 한주가 지나고 있어

어떻게 시간이 지나고 있는지

무감해진 지 오래되어서

한주와 한달과 하루의 무게가

비슷하다고 믿기로 한 것 같아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게 당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뜻이었는데 너무 많이 말했더니

타이밍이 의미가 없어

마치 지금처럼


매일 오가는 익숙한 장소에

조금 앉아 있다가 조금 더 걸었어

방향을 잃은 것처럼

몸은 움직이고 머리는 멈추고

눈은 아무 데나... 잠시

사진을 찍었어 건물과

건물과 길과 길

의미가 있었고

지금도 그래

소리가 있었고

어제는 더 생각났어


여길 떠나지 않으니

늘 이런 식이지

진정은 되었지만

어느 한 부분이 죽어서 그렇겠지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나는 멈춘 곳에서

기억난 것을 구입하고

돌아와 가방에 넣었어


여전히 생각나는 것들과

아직은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것들이 주변에 많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아침 공기를 헤치고 지나가듯

고요와 침묵 속에서 누군가

보고 싶었던 적이 있나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도 아니고

처음 떠올렸던 것도 아니야

생각나고 궁금하고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어디 있는지

입술을 떼어 소리 내어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어


나도 그렇게 불린 적 있었을까

그렇게 떠올려진적 있었나

아쉽거나 서운함 보다는

어디서 무얼 하나 그 후로 어떻게 되었나

우리의 시절은 이제 문을 닫았지만

다른 시절이 오기는 할까

약속을 했었나

그저 인사였나

아닐 텐데


겁이 많아서 잘 믿지 않는 사람이

어떤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더 이상 바람의 세기와 상관없이

마음을 지킨다는 의미라서

난 약속을 넣어둔 상자를 덮고

잠근 후 열쇠를 잊었어.


애초 열쇠가 없었던 것처럼

애초 상자가 없었던 것처럼

애초 약속이 없었던 것처럼

애초 누구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열 살이 아니라서

이제 나이를 하루하루 셀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루가 너무 아깝기도 하고

기억과 재해석으로 도배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한데

적어도 좋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가끔은 들리지 않는 인사가

눈에 맺혀 붉어져


길어졌네

또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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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d by Mert A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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