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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의 기억

by 백승권

앙상하고 색종이 같던

나무들을 찍다가

가을이 사각형 같았는데


겨울은 뺨에만 닿아도

빙하가 날아와 허벅지 안쪽을

누르는 것 같아


잠긴 기억은 왜 추위에 약할까

추억이란 말은 씻지 않은 얼굴로 찾는

시골 개울가 같아서 별로인데

발음이 비슷해서 비밀번호가

맞듯 열리는 건가


베이고 다칠까 봐 한껏 움츠렸어도

굽은 몸을 펴고 나면 온통 피투성이

우린 서로를 닦아주며 울고 웃었어

뛰다 걸었어 같은 길을 잃고 일부러

돌아가기도 했어 정신의 혹한 속에서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했는데도

보호받는 것 같아서 좋았어

아무도 듣지 않는 무심함 속에서

유일하게 대답해 줘서 고마웠어


그때의 너는 잘 지내고 있니

나도 거기에 모두 두고 왔어

밤바람이 차서 정신이 없다 거기도 그래?

눈밭 위 같은 길을 계속 걷고 있어

돌아올 때 이거 보고 찾아오라고 언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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