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하고 색종이 같던
나무들을 찍다가
가을이 사각형 같았는데
겨울은 뺨에만 닿아도
빙하가 날아와 허벅지 안쪽을
누르는 것 같아
잠긴 기억은 왜 추위에 약할까
추억이란 말은 씻지 않은 얼굴로 찾는
시골 개울가 같아서 별로인데
발음이 비슷해서 비밀번호가
맞듯 열리는 건가
베이고 다칠까 봐 한껏 움츠렸어도
굽은 몸을 펴고 나면 온통 피투성이
우린 서로를 닦아주며 울고 웃었어
뛰다 걸었어 같은 길을 잃고 일부러
돌아가기도 했어 정신의 혹한 속에서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했는데도
보호받는 것 같아서 좋았어
아무도 듣지 않는 무심함 속에서
유일하게 대답해 줘서 고마웠어
그때의 너는 잘 지내고 있니
나도 거기에 모두 두고 왔어
밤바람이 차서 정신이 없다 거기도 그래?
눈밭 위 같은 길을 계속 걷고 있어
돌아올 때 이거 보고 찾아오라고 언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