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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eption

by 백승권

꿈을 꿨어

반가웠어

꽃을 사고 싶었어

가파른 숲을 헤맸어

낯선 사람들을

익숙한 표정으로 만나고

시간을 계속 확인하다

신발을 잃어버렸다는 걸 확인했어

그래도 좋았어

약속이 생겨서

기분이 내내 들떠 있었어


눈을 뜨면 증발하듯 사라져서

다시는 떠오르지 않는 이미지 같은

그런 꿈도 많았지만

몇 시간 전 꿈은 그렇지 않아

꿈을 꿀 줄 몰랐지만

꿈을 꾸며 알았어

이건 우리의 꿈이구나


신발을 어디에 벗어둔 줄도 모른 채

거대한 저택 주변 울창한 숲을 한없이

돌고 돌다가 깼어


반가웠어

그러고 보니

이제야 깨어난 것 같아

옮겨 적다 보니 알 것 같거든

꿈이라도 좋지만

꿈은 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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