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비밀인데)
혼자 걷다가
사랑해
라고 가끔 말해요
근데 그게
어떤 연습 같기도 한데
대상이 (나)였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너무 당연해서 기괴한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아니라
(이건 좀 측은해지는 관점인데)
(내가 저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러 겹의 자아가 뒤섞여 내린
잠정적 결론이고
최종 확정 버전은 아냐
미친 소리 같고 그게 맞는데
늘 그랬으니 그리 생경하진 않겠지만
어떤 억양과 음색이 있어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거나
레퍼런스가 딱히 있는 건 아냐 (아닐 거야)
이런 고백이 모든 글의 잉크라고
주장한다면 반문하기 어렵지만
공범의 영역으로 숨는 건 비겁해 보이고
영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
없는 존재를 찾는 걸지도 모르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듣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