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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에게

by 백승권


(이건 비밀인데)


혼자 걷다가

사랑해

라고 가끔 말해요


근데 그게

어떤 연습 같기도 한데

대상이 (나)였던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너무 당연해서 기괴한

그런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아니라


(이건 좀 측은해지는 관점인데)


(내가 저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러 겹의 자아가 뒤섞여 내린

잠정적 결론이고

최종 확정 버전은 아냐


미친 소리 같고 그게 맞는데

늘 그랬으니 그리 생경하진 않겠지만

어떤 억양과 음색이 있어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거나

레퍼런스가 딱히 있는 건 아냐 (아닐 거야)


이런 고백이 모든 글의 잉크라고

주장한다면 반문하기 어렵지만

공범의 영역으로 숨는 건 비겁해 보이고


영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

없는 존재를 찾는 걸지도 모르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듣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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