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삶, 타인을 돌보며
그들의 안위를 살피고
끼니를 챙기고 이불을 덮어주고
안전과 안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행하고 준비하는 그렇게 하기로 정한
선택한 그렇게 하고 있는 삶
의지는 사라지고
근력은 소실되고
계속되는 거절과
반복되는 엇나감
처음부터 말은 통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게 도저히 견디기 힘들고
후회는 늘 드는데 너무 오래
멀리 지나온 것 같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자신을 타인처럼 돌보지 않으면
자신은 타인의 타인보다 못해져서
실체를 잃고 되찾을 수 없어
(pause)
편집된 영상을 보다가
편집된 일상이 겹쳐요
떠오르는 얼굴들과 그들의 선택들과
여러 경우의 수를 나열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이 여기에
도착했다는 게으른 중간 결론
지금이 전부겠지 앞으로도
지금 뿐이야. 나머지는 모두
예상과 해석, 회상과 감정뿐
자신이 소진되어도 남을 선택하는 삶에는 분명
자신에 대한 선택과 보상이 들어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면 남을 돌보는 행위로
자신을 죽이는 게 될 테니까
어쩌면 모두 그렇게 살고 있나
남을 위한 일을 하며 나를 죽이며
충분히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익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비교가 솟아오르고
경계가 그려지고 시기와 질투가 엉키며...그런데
아무도 자기가 충분히 가졌다고 여기지 않으니까
가지면 가질수록 충분히 가졌다는 인식은 멀어지지
이렇게 가질 수 있는 데 더 가질 수 있을 거 아냐
같은 탐욕만 넘실대며 인간의 껍질과 내부를
괴물의 그것으로 바꿀 뿐
생각이 시작되었다고
모두 내 것은 아니었겠지
나는 몸과 정신의 합성물질 같은 거겠지만
너와 우리로 채워져 있다면
너와 다를 게 없겠지
저는... 포켓 같은 거예요
이런 삶을 선택했어요
온통... 너로 (괜찮다면 우리로) 채우기로
알아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