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권 May 22. 2017

눈을 뜬 도로시는 머리끈을 내게 내밀었다

정수리로 온통 감싸 모아 매듭을 지어주었고

부은 목으로 눈물콧물을 넘기지 못하는 도로시는 지난밤에도 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내내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부둥켜안고 달래고 아내는 어쩔 줄 모르다가 풀썩 주저앉았다. 다시 일어났지만 동공이 풀리고 손과 팔을 뒤흔들고 있었다. 어떡해.. 어떡해..

도로시를 안은 상태로 나는 아내를 토닥일 수도 물을 가져다 줄 수도 없었다. 아내는 울지 않았지만 하얗게 질려 있었고 나는 자리를 옮겨 문을 닫았다. 품 안의 도로시를 진정시켜야 문 밖의 아내가 진정할 수 있었다. 도로시는 잠잠해졌고 아내는 조금 괜찮아졌다.

한참 후 도로시를 다시 눕혔고 아내는 기절한 듯 눈을 감았다. 나는 둘 사이에서 경과를 지켜봤다. 두어 시간이 더 지나는 동안 도로시는 막힌 숨에 놀라 여러 번 깨었고 다섯 번째가 되어야 조금 더 잤지만 이후에도 계속 숨과 몸을 거칠게 뒤척였다.

날이 밝았고 눈을 뜬 도로시는 머리끈을 내게 내밀었다. 정수리로 온통 감싸 모아 매듭을 지어주었고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뒷머리들도 정리해 묶어주었다. 물을 듬뿍 마셨고 우유도 마셨다. 아내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난 세수를 하고 문을 나섰다. 아내가 더 걱정이다.

이전 20화 도로시의 온몸이 죽음을 경고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