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으로 인한 MRI 촬영기

느닷없는 기계음이 고막과 머리뼈를 흔들었다

by 백승권

병가를 냈다. 입원을 했다.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강한 자기장 내에서 인체에 라디오파를 전사해서 반향 되는 전자기파를 측정하여 영상을 얻어 질병을 진단하는 검사)를 찍기로 했다. CT(computed tomography. X선을 이용하여 인체의 횡단면상의 영상을 획득하여 진단에 이용하는 검사)는 찍어 봤지만 MRI는 처음이었다. 어지럼증이 재발했고 아내 뜻에 따르기로 했다. 아내를 더 걱정시킬 자격이 내겐 없었다. 병실로 안내를 받았다. 환복을 했다. 피를 뽑았다. 실수로 바늘이 한번 더 들어갔다.

뇌신경 병실은 8층이었다. 2층에서 심전도 검사를 했다. 1층 영상의학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찍고 나니 병원 직원들과 간호사들이 퇴근 중이었다. 바로 MRI를 찍을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 왜 전화를 안 받냐고 했다. 난 검사 중이었는데. 대기했다.

MRI를 찍으러 들어갔다. 무려 24년 전 찍은 CT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누구 말대로 '통' 속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는 일처럼 보였다. 누웠고 머릴 고정시켰다. 기계음이 심할 거라고 헤드폰을 씌워줬다. 양머리를 압박했다. 검사가 시작되었다. 천장이 하얬다.

노곤했지만 잘 수 없었다. 왼팔에는 링거 바늘이 오른손엔 위급 시에 누르라고 고무튜브가 쥐어져 있었다. 느닷없는 기계음이 고막과 머리뼈를 흔들었다. 헤드폰 속의 익숙한 클래식은 금세 사라졌다. 수십 분 동안 반복되었다. 잘 수도 없었고 눈 뜨기도 애매했다.

끝나고 나왔다. 먹을 걸 사서 올라갔다. 간이 책상을 펴고 우적우적 먹고 있었다. 그전에 소변 컵은 간호사실에 제출했다. 볼때기가 부풀대로 부풀었는데 담당교수님(의사)이 왔다. 대답을 하는데 음식이 가득 차서 웅웅거렸다. 씹어 삼키느니 경망스러워 뱉어 치웠다.

큰 이상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사고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두 번 있었다 말했고 의사는 머리뼈에 두 개의 사고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내일 퇴원하라고 했다. 의사는 하얗고 선한 인상에 낮고 고요한 음성을 지니고 있었다.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는 사라졌고 나는 혈당체크를 위해 손가락에 바늘을 몇 번 더 찔렸다. 14년 만의 입원. 병실은 어둑해지고 복도의 자근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밤이 지난다. 보험 실비 청구를 위한 구비서류가 많다. MRI비가 많이 나왔다. 아내 걱정을 덜 수 있어 다행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