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부터 오늘까지. 도로시에 대한 몇 개의 트윗
아내가 엄마 된 지 1000일.
오늘, 도로시 1000일
어제 모사사우루스 피겨를
선물 받은 도로시가 아침에 속삭였다.
"파라사우롤로푸스 사주세요."
결제.
나: 도로시, 이거 엄마한테 사달라고 할까
도: 엄마 돈 없어요
나: 아빠는?
도: 아빠는 돈 엄청 많아요. 아빠가 사주세요.
도로시의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
"코 파면 시원해!"
도로시가 말했다.
물티슈로 손가락을 닦아주는 동안.
"안녕! 너 이름이 뭐야? 몇 살이야?"
요즘 도로시는 애고 어른이고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신원을 조회한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며
도로시에게 인사한다.
나: 안녕~
도: 우리 헤어졌어?
나: 응 가야 해
도: 또다시.. 만나자!!!
나: (손을 흔든다)
도: (뒤에서) 추우면 옷 입고 가!!
잠시 후 신발장으로 다가와
안아주고 뺨에 입맞춤.
아빠, 나 미워하지 좀 마
아빠, 고맙습니다
아빠, 짜증 내지 마요
오늘 들은 말 중 겨우 기억나는 몇 마디, 맥락이 다중적이고 복잡해 원문 그대로 보면 오해할 수 있지만 모두 이마를 칠만큼 엄청난 순간이었다. 제주도. 호텔. 지난 신춘문예 당선 상금으로 여름휴가 중.
"도로시 먹고 있는데 방해하지 마아!"
-도로시/브런치 타임 때
[경사] 도로시, 좌변기에 첫 응아 성공. 현재 이곳은 축제 분위기.
도로시의 의사표현은 디테일하고 정확해졌다. 캄캄한 방 잠에서 깨어 엄마를 찾을 때 (아내보다 근거리에 있을 경우) 내가 잠시 달래려 다가가면,
"아빠 절로 가, 아빠 싫어요,
아빠 절루 가란 말이에요."
라며 원천봉쇄
그리고 다음날 아침 아무 기억도 없다는 듯
목과 다리에 칭칭 감김.
키즈카페가 개미굴처럼 보일 때가 있다. 영화 아저씨에 나온 그 개미굴 말고. 아까 도로시는 사슴벌레 같았다. 개미들이 개미굴로 끌고 와 개미들로 둘러싸인 사슴벌레. 어색한 눈빛이지만 팔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개미굴이 리조트인 양 꺅꺅 휘젓는 사슴벌레. 엄빠 사슴벌레는 내내 조마조마하더라.
"엄마, 같이 쉬어요"
"엄마, 같이 먹어요"
집을 나서기 전 도로시에게 두 문장을 반복 학습시켰다. 도로시는 앵무새처럼 쫑알쫑알 따라 했다. 세수하는 내내 도로시는 등에 찰싹 붙어 한아름 팔을 벌려 안고 뺨과 이마를 부비며 헤헤 웃었다. 어휴, 내 사랑.
도로시는 어제저녁 식탁에서 내게 "일하는 돼지, 출근하는 돼지"라고 했다. 아내에겐 "도로시에게 매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요리하는 돼지"라고 했다. 그럼 도로시는 뭐야 물어보니 "나는 꽃돼지" 이런다. 방금 거실에서 자면서 "에어컨, 에어컨" 이랬다. 켰다.
"엄마 (나 빼고 아빠 하고만) 말하지 마, 사랑한다는 말만 해."
-도로시/35개월
도로시는 시원한 물을 좋아한다.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도로시에게 시원한 물을 줬고 도로시는 꿀꺽꿀꺽 다 마셨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았는데 아빠가 시원한 물 줘서 기분이 좋아졌어."
-도로시/35개월
아내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엄마 내 꺼야!"
그러자 도로시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빠 내 꺼야!"
축구 이기고 있었구나. 도로시 재우느라 동화책 열 권 낭독하고 있었다. 아침에 먹을 우유 식빵 사 오느라 쓴 모자를 집 안에서도 내내 쓰라고 졸랐다. 금색 버클이 커다랗게 붙어 있어서 좋아한다. 방금 안아서 데려다 침대에 눕혔다. 오늘도 모든 순간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오늘. 도로시. 세돌.
아내와 도로시가 함께 찍힌 사진을 보면 늘 기분이 좋다. 창세기가 새로 쓰인다면 태초에 신은 아담에 대한 계획 없이 이브를 빚어 만들었고, 이브의 갈비뼈로 아이를 만들었으며, 이브와 아이의 윤택한 삶을 위해 아담을 가장 나중에 만들었다고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세수하고 나오니 도로시가 발로 찼다.
"아빠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아빠 안 왔어."
도로시가 머리를 품에 파묻으며 말했다.
"아빠 오랫동안 보고 싶었는데 아빠 안 왔어."
요즘 도로시는 "아빠, 아빠!!!!!" 부르며 잠에서 번쩍 깬다.
신발장, 도로시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팔을 벌렸다. 작은 뺨과 턱이 목 뒤에 닿을 정도로 깊이, 안아 올렸다. "아빠 가지... 마, 집에 있으면... 좋겠는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입을 맞추고 (도로시가 나의) 목 끝까지 지퍼를 올려줬다. "추우니까 지켜주는 거야." 사랑받고 있다. 1104일째.
도로시가 의자에서 소파를 향해 너무 위험한 장거리 고공 트리플 액셀 자유낙하 날다람쥐 토마호크 점프를 며칠째 연거푸 하고 있었다. 말리다 못해 소릴 질렀고 도로신 아랑곳 안 하다 이내 멈췄다. 갑자기 스르르 내미는 꽃 한 송이 모양 긴 블록 조각. "아빠 미안해요, 이건 내 마음이야" 너는 네 살.
잠시 후 소파 위에 둔 선물 받은 꽃 모양 블록 조각이 조각났다. 도로시가 말했다. "아빠 너의 마음이 부서졌어."
도로시가 귀를 잡아당겼다.
아악!
아빠 귀가 너무 좋아
아빠 귀가 너무 좋아?
매끈매끈 하거든
...
육체의 피로도에 아랑곳없이 일상의 행복도가 정점에 육박하면 기록에 대한 열망은 되려 잔잔해진다. 원본의 감정을 가시적 어문으로 옮기려는 순간, 난 자존감 낮은 번역가가 된다. 기억의 대부분이 소멸되는 순리 속에서 기록되지 않는 것들이 가장 예쁘고 소중하다. 아내와 도로시는 몇 분 전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