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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Oct 10. 2024

소설 덕수궁 돌담길, 그 계절에10

2008년 첫사랑 짝사랑 멜로 연애

 두 사람은 근처 분식집을 찾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다원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번득 스쳤다.

“사람은 얼굴만 못 보는 게 아니라 뒤통수도 못 봐.”


 “오! 어떻게 알았어?”


 “생각해보면 알지. 와~ 나를 바보로 아는구나?”


 “그럼 자기가 볼 수 없는 얼굴이랑 뒤통수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떼야 한다?”


 “섬뜩하잖아?”


 “그럼 방법이 없는데?”


 “자기가 볼 수 없는 얼굴과 뒤통수를 바라봐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한 거야. 그래서 사람들은 연애를 하겠지?”


 “연애?”


  김밥, 떡볶이, 순대 등의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다원은 음식을 보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수저를 챙기며 좋아했다.


 “나는 간이 그렇게 좋더라.”


 다원이 먼저 순대의 간을 집었다.


 “나도~ 허파는?”


 “나는 안 가린다니까.”


 


 식사를 끝낸 두 사람은 수표교를 향해 걸었다.


 “참.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아니라니까.”


 “저번에도 그랬잖아. 얼른 얘기해봐.”


 “노래 불러줘. 그러면 생각해볼게.”


 “뭐? 얘기 해준다가 아니고 생각해볼게? 그건 공평한 거래가 아니잖아.”


 다원은 조금 앞서가서 걸었다.


 “엄청 오래된 다리인가 봐.”


 안내문을 발견한 다원은 읽어보기 시작했다.


 “조선 세종 때 청계천의 돌다리로 수표교는 청계천의 수량을 측정…”


 “청계천에 가봤어?”


 “가봤지.”


 “거기에도 수표교가 있는데 여기 있는 게 진짜 수표교야.”


 “뭐? 그럼 청계천에 있는 다리는?”


 “최근에 만든 거지.”


 “전혀 몰랐는데.”


 “여기 있는 돌도 진짜 멋지지 않아?”


 은석이 다리의 바닥을 가리켰고 두 사람은 수표교의 다리를 장식하는 난간을 감상했다.


 “여기서 사진 하나 찍어줘.”


 “알았어.”


 다원은 마음에 드는 위치에서 자세를 잡고 은석은 그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잘 찍혔어?”


 “당연하지. 내가 찍었는데.”


 “어디 보자.”


 자신이 찍힌 모습을 보자 흡족했는지 다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 제법인데?”


 “날 뭘로 보고?”


 다원이 은석을 쳐다보는데 입 근처에 뭔가가 보였다.


 “김 묻었어.”


 “김?”


 “응. 얼굴에 김 묻었는데.”


 “김? 잘생김?”


 은석은 진지했고 다원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엄청 잘 생겨서 놀란 거야?”


 다원은 손을 뻗어 은석의 입 주위에 묻은 김을 뗐다.


 “우리 아까 전에 김밥 먹었잖아. 그 김인가봐.”


 은석은 뒤늦게 민망한 기운이 몰려오자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잘생김이래. 뭐야. 엄청 잘 생겨서…”


 박장대소를 하던 다원은 웃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은석은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하지만 다원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잘생김.”


 다원이 가까스로 진정을 찾았다.


 몇 걸음 앞서 가던 다원은 뒤를 돌아 은석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어떡해야 되냐?”


 은석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다가 다원의 뒤에 바짝 다가갔다. 그리고 앞에 있는 다원을 뒤에서 껴안기 시작했다.


 순간 다원은 놀랐고 은석 역시 조금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은석은 뒤에서 다원을 더욱 껴안았다.


 “이제 그만 웃을 거지?”


 은석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어?”


 다원은 뒤에서 자신을 안고 있는 은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이내 은석이 다원을 놓아주었다. 다원은 머리를 긁적이며 먼 산만 봤다.


 “우리 다 둘러봤지? 여기가 좀 그래.”


 다원은 횡설수설하였다.


 “무슨 말이야?”


 “응? 여기서 나가자고.”


 다원은 얼버무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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