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릴 적 이야기를 듣다 보면 때때로
꽤 와일드한 구석이 있어서 놀라게 된다.
여섯 살쯤, 엄마가 어느 식당 주방에서 일하실 때였다.
어느 날 식당 사장님이 엄마를 급히 불러 나가보니
내가 동네 친구 둘을 데리고 엄마를 만나러 왔다는 것이다.
꼬질꼬질해서는 누런 콧물을 단 채.
사장님이 귀엽다며 야구크르에 빨래를 꽂아 주었더니 테이블에 앉아
시원하게 마시고는 인사까지 하고 친구들을 주르르 이끌고 나갔단다.
그 뒤로도 가끔 야쿠르트를 얻어먹으러 식당을 찾았다는데—
나는 이 엉뚱한 코흘리개 소녀가 기억이 전혀 없다.
또 한 번은, 사촌동생과 함께 빨간 머리 앤의 지붕 걷기 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소설 속의 앤과 조쉬는 지붕 위를 걸었지만, 지붕은 위험하니
대신 우리는 집 앞 냇가 다리를 눈을 감고 건너보기로 했다.
사촌동생이 먼저 다리를 무사히 건너고 내 차례가 되었다.
한 발, 또 한 발. 그러다 점점 한쪽으로 치우쳐걷던 나는
그대로 다리에서 떨어져버렸다.
사촌동생은 울고불고하는데 정작 나는 울지도 않았다.
그다지 높진 않아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엄마에게 크게 혼났던 기억은 또렷하다.
나중에 사촌동생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살짝 눈 떴지~언니는 진짜 감은거야?” 라고 말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때의 일.
한복을 입고 부채춤 공연을 해야 했는데, 엄마가 바로
한복을 못사주셔서 내내 평상복으로 연습을 하며 불안해했다.
운동회 전날.
엄마가 아는 집에서 급히 한복을 구해오셨다.
노랑 저고리에 빨간 치마는 분명한데, 소매에 금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다소 요란하고 요상한 한복이었다.
나는 그 한복을 입고, 찰랑찰랑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부채춤을 췄다.
나중에 알게 된 건—
그 ‘아는 집’이 건너 건너 점집이었다는 사실.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나는 꽤 야무지고 엉뚱하고 와일드한 소녀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