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세식 화장실의 기억

by 온도

초등학교 6학년, 아파트에 이사 오기 전까지

우리 가족이 살았던 모든 집의 화장실은

이른바 푸세식이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방을 나서 신발을 신고,

마당을 지나야 했고,

그곳은 늘 춥고, 냄새나고, 더러웠다.

그리고 그 모든 것보다도 나를 두려움에 떨게한 건

친구들에게서 들었던 화장실에 출몰한다는 귀신 이야기였다.

매일 매일 업데이트대는 온갖 화장실 귀신 전설들.

결국 화장실 가는 걸 너무나 싫어하게 되었고,

그 결과 오랜 시간 만성 변비에 시달렸던 나.

교회 어린이 성경학교에 갔던 나는

‘기도를 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신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혼자 집 옥상에 올라갔다.

어린이 성경책을 펴고, 무릎을 꿇고,

비장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오늘은 꼭 똥을 싸게 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수세식화장실을 달라고 기도를 하지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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