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by 온도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가 많아서 수업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오후반이었고, 매일 2시에 학교에 가야 했다.

엄마는 일을 나가셨기에,

나는 엄마가 해놓고 간 밥을 밥솥에서 푸고

간단히 점심을 차려 먹은 뒤 혼자 집을 나서야 했다.

그 시절, 대학생이었던 오빠가 내 앞머리가

자꾸 눈을 찌른다며 머리를 잘라준-

나름 똑바로 자른다고 정말로 머리에 큰 대접을 얹고 일자로 자른 바가지머리.

거기에 엄마가 봐주지 않은 대충 꺼내입은 옷차림까지,

과연 어땠을지 상상만해도 웃음이 난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20~30분쯤 걸렸다.

오른쪽엔 아주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조용한 길.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네 친구들을 한 두 명씩 만나게 되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리를 지어 학교로 향했다.

학교 근처에는 문구사가 두 개 있었다.

진열된 과자, 아이스크림, 장난감들을 애써 외면한 채 등교하는 우리들.

하지만 하교길에는 좀 달랐다.

매일 문구사에 우르르 몰려가 어떤 친구는 매일 카라멜과 젤리를 사먹고,

떡볶이를 먹고, 어떤 친구는 뽑기를 하곤 했다.

나는 용돈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주로 친구들이 먹거나

노는걸 지켜보는 쪽이었는데 좀 부러웠다.

그 친구는 가끔 떡볶이를 몇 개 나눠주었고, 사실 정말 맛있었지만

그때 “매워서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했던 건 나름의 자존심이였겠지.

결국 나는 본의 아니게 친구들 사이에서

군것질을 안 좋아하는 청정입맛의 초등학생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 학교에 가서 책상에 앉은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아. 책가방을 안 메고 왔구나,

나는 신발주머니만 달랑 들고 학교에 온 것이었다.

수업시간 내내 친구의 교과서를 함께 봤고,

책가방을 두고 갔다고 집에 말했을 때 온 가족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더운 여름날의 기억.

실개천 길을 따라 집에 돌아오니 왠일로 온 가족이 다 있었다.

오빠가 커다란 대접에 복숭아 주스 원액을 담아

얼음을 동동 띄웠고 나는 시원하게 들이켰다.

엄마는 양배추를 잘게 채썰어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고,

햄버거용 빵에 넣어 야채햄버거를 만들어주셨었지.

정말 꿀맛이였고 신나는 오후였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복숭아 원액주스 맛처럼

또렷하게 그 여름의 학교가는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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