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을 기록하는 글을 쓰는 일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억들이
대부분 단편적인 장면이라는 것이다.
유년의 기억은 늘 또렷치못하고 단편적이다.
그리고 큰 사건보다는 아주 작은 사건들의 조각들이
날짜와 장소를 순간 이동하며 튀어오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라,
내 감정의 무게대로 토막토막 떨어진 장면들의 집합일뿐이다.
그래서 나의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한 줄이면 끝나버리는 문장이었다.
예를들면, [옆돌기를 하며 슈퍼를 갔었는데 그날 돈을 잃어버려서 혼났던 것 같다].
끝. 마치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와 같은 글이랄까.
하지만 장면하나를 곱씹고 또 곱씹어보면서 그일이 있던 장소는 어디였지?
시간은 언제였지? 누구와 함께였지? 난 어떤 기분이였지?
그렇게 조금씩 그 순간들을 불러오자 흐릿했던 기억들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어쩌면 내가 그 잊고 지낸 기억을 꺼내 적는다는 건
잊힌 시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때의 장면을 조심스레 불러오고
그 시절의 감정에 지금의 마음을 덧입혀서
조용히, 다정하게 한 줄씩 꿰매어 가는 것.
그건 어쩌면, 나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왜 이 기억이 지금 떠올랐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나는 살아 있는 과거를 만드는 것이다.
하나하나, 잊지 말고 꺼내어주자.
그 시간들을 잊고 살지 않도록.
그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