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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 Oct 05. 2022

#7 왜 서귀포, 그것도 아파트냐고?

서귀포의 집들을 찾아나서다

서귀포를 선택한 이유



우리 가족은 우선 서귀포 쪽으로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도심에 가까운 제주시보다는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고, 남쪽의 바다와 더불어 곳곳에 늘어선 야자수 또한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서귀포 정방폭포가 있는 구도심 쪽을 좋아했다. 말 그대로 옛 서귀포의 아련한 풍경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뭔가 시간이 멈춰진 것 같은 느낌이 좋다고 할까. 나 역시 정방폭포에 있을 때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다녀간 때가 수천 년 전인데, 폭포와 바다를 보고있자면 지금이 기원전인지, 21세기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뭐랄까, 내가 ‘나’가 아니라 허공에 붕 떠서 역사와 세계를 관조하는 느낌?  

   

시공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바람. 그 바람이 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곧바로 부동산을 수소문하여 집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집 정보는 대개 ‘제주오일장’이라는 곳에 올라왔기에, 우리는 그곳을 통해 지역별로 우리 예산에 맞는 집들을 검색하였고, 직접 부동산에 전화를 돌려 제반사항을 확인했다.      


우리가 책정한 예산은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의 보증금인 3억 원. 그중의 절반은 전세대출을 받았지만 1%대의 저렴한 고정금리로 받은 대출이고, 목적물 변경을 통해 만기를 연장할 수 있었기에 금리 인상기에 계속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한번 전세계약을 연장하면서 추가로 월세로 15만 원씩을 내고 있었기에, 추가 월세 없이 보증금 3억 이내로 계약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저축액은 은행에 그대로 두어 3%대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기에, 15만 원에 더하여 월 35만 원 정도의 이자 수입을 더한다면 서울보다 총 50만 원 정도의 현금흐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제주에서 살면 거꾸로 서울에 출장을 올 일도 있고, 주로 차를 타고 다녀야 하니 기름값도 더 나갈 것이다. 게다가 어떤 물건을 주문해도 추가비용이 들어갔고, 관광지라서 물가도 더 높은 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50만 원은 제주살이에 따른 추가비용을 상쇄할 것으로 보았다.     


부동산에서는 예산에 맞게 몇 군데 집을 보여주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도 세 가지 단서를 더 달았다.  

    

“첫째는, 연세가 아닌 전세였으면 합니다.”     


제주도는 대개 집을 계약할 때, 일 년 치 금액을 한 번에 지불하는 연세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그렇기때문에 적어도 일 년에 한번 씩은 어느 정도 목돈이 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금리 전세대출은 가져가고, 저축액은 그대로 두어서 최대한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물론 전세계약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이는 전세계약 시 꼭 주의해야 할 항목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전세보증보험까지 가입하여 혹여 발생할지 모를 전세 사고에 대비했다.  

    

사실 현금흐름을 생각한다면 월세 계약도 좋겠지만, 연세가 일반적인 제주에서 월세는 상대적으로 더 비싼 편이었다. 전세금 3억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을 연세로 환산하면 대개 보증금과 연세 모두 1천5백만 원 내외가 발생하고, 월세로 치면 보증금 3천에 월 1백만 원 내외로 산출되었다.      


“이것만 아껴서 생활비로 돌리면 더 여유가 생기겠는데?”     


그래서 우리는 전세를 고집했다.      


“둘째는, 아파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서울 토박이의 한계랄까. 결혼하고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던 내가, 아파트를 고집하는 이 상황이라니. 그것은 아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지의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다.     


제주살이를 선망했지만, 정작 제주에 살려고 하니 막연한 걱정과 불안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 살이 정도라면 타운하우스를 선택했겠지만, 막상 전세계약을 하려고 하니 일단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그 다음에는 제주의 전통집이나 이층집, 혹은 빌라나 타운하우스를 선택해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한참 부동산 상승기의 끝자락에 있던 시점이라, 3억 정도 되는 예산으로 구도심, 또는 신시가지의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두 가지도 모자라, 한 가지 조건을 추가했다.    

 

“셋째로, 초등학교가 가까웠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내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보니, 초등학교와의 거리 또한 중요했다. 제주도의 날씨는 들쭉날쭉하고, 비와 눈도 많이 내리니 통학하는 데 변수가 많았다. 우리는 이 변수를 최대한 줄여서 아이가 안정적으로 학교에 다니기를 바랐다.      


여기까지 얘기하자, 부동산 사장님은 혀를 내둘렀다. 


"허어, 만만치 않겠군요."


그래도 인심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육지에 있다가 들어온 사장 부부는 누구보다 우리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각 지역별 아파트를 리스트업해주었다.      


크게는 구도심 동흥동의 아파트, 신시가지 강정동의 아파트, 관광단지가 있는 중문동의 아파트 세 군데가 주요 후보였다. 


우리는 곧바로 사장님 차를 타고 구도심부터 달려갔다.        




※ 제주도 부동산을 알아볼 때 참고할 사이트


1. 제주오일장신문(www.jejuall.com)


제주도의 거의 모든 부동산 정보가 올라오는 곳. 아무래도 제주 곳곳을 다시며 부동산을 알아보려면, 웹보다는 앱을 다운받아서 수시로 검색해보는 게 좋다. 


앱을 다운받아 하단의 부동산 탭을 누르면 지역별, 종류별, 가격별로 제주 부동산 매물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제주오일장닷컴


2. 네이버부동산


네이버부동산은 지도를 통해 부동산을 검색하고, 직접 집의 모습과 길거리까지 살펴볼 수 있기에 제주오일장과 같이 활용하면 좋다. 


매물은 제주오일장에 더 많이 올라오지만, 간혹 제주오일장에 올라오지 않는 매물이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 부부는 이 두 가지를 교차해서 검색하면서 아이가 다닐 학교, 통학할 거리, 그리고 아파트 주변의 편의시설까지 꼼꼼히 살폈다. 


나중에 입체 지도에서만 보던 거리를 직접 가보았을 때, 그때 들었던 신기한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문득 언젠가는 가상현실을 통해 세계 여행을 하는 날이 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제주살이는 어디까지나 리얼이었기에, 집을 구하는 데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집을 알아보다가 지쳐서 제주 이주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우리 역시 지칠대로 지쳐서 먼저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블로거한테 쪽지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도 서귀포로 가고자 하는데, 집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네요. 정말 가도 좋을까요?"


며칠 만에 돌아온 답장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자고로 먹을까 말까 싶을 때는 안 먹는 게 좋고, 떠날까 말까 싶을 때는 떠나보는 게 좋다고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어차피 떠나지 않는다면, 떠나기 전까지 영영 후회하면서 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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