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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 Oct 08. 2022

#8 서귀포, 어디가 더 살기 좋을까요?

아이랑 살기 좋은 단지를 찾아서

어디가 더 살기 좋을까? (feat. 아이랑 함께)                    



"서귀포 중 어디로 이주하는 게 좋을까요?"     


제주의 맘카페를 찾아보면, 이런 질문의 게시글이 많이 올라온다.    

 

우리 부부 역시 집을 보기 위해 직접 서귀포로 날아오면서, 수시로 이런 글을 검색해보고 직접 물어보기도 하였다.      


제주시의 경우는 노형동이나 외도동, 혹은 서쪽 애월의 하귀동 인근이나 북동쪽 함덕이 많이 언급된다.


아예 중산간의 영어마을도 많이 논의된다.


그러나 서귀포 쪽이라면 답글은 보통 크게 세 군데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서귀포의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쪽의 동홍동. 학교와 병원 등 주요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고, 날씨도 너무 습하지 않아 본래 제주 분들도 이곳에 많이 거주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서귀포 신시가지라고 할 수 있는 정남쪽의 강정동. 말 그대로 신도시로 조성되어 육지에서 살다가 내려온 사람들이 바로 적응하기 편하고,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다고 했다.     


세 번째는 서귀포 관광단지가 있는 서남쪽의 중문동. 도심과 마을, 그리고 관광단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살기에 좋고, 호텔과 휴양지의 인프라를 누리며 사는 것도 장점이라 했다.      


우리는 이것들을 꼼꼼히 메모하며 먼저 동홍동으로 갔다.      


직접 가보니, 맘카페에서 언급한 대로 도심 자체만 놓고 보면 보통의 서울 거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병원도 종류별로 많았고, 학교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권역별로 아파트 단지도 잘 형성이 되어있었다.     

 

도심에서 생활을 하다가 주말에는 바로 인근의 서귀포항이나 정방폭포, 또는 제주 동북쪽으로 오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은 부동산 사장님의 안내에 따라 몇 군데 아파트를 돌아보았다. 예산 안에서 입지별로 단지를 비교해보았고, 초등학교와의 거리, 그리고 주변 인프라도 꼼꼼히 살폈다.      


여러 면에서 살기 좋은 것은 분명했지만, 그러나 ‘내 집이다’ 싶은 곳이 나오지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도,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막상 제주의 전통 집이나 타운하우스가 아닌, 아파트에 살기로 결정한 마당에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었다.      

아내 역시도 본래의 서귀포 지역이었기에 여러 가지로 기대하는 바가 많았지만, 막상 직접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잠시 선택을 망설였다.     


우리는 곧이어 서귀포 신시가지 강정동으로 이동했다.     


한참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던 때라 그런지, 우리가 갔을 때는 중심가에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저기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 연설을 들으며 환호하는 사람들, 그리고 묵묵히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교차했다.     


우리가 살던 곳이 은평뉴타운이었기에, 뉴타운 느낌을 주는 강정 신시가지는 여러 가지로 친숙하게 느껴졌고, 인도가 넓은 거리는 아이와 킥보드를 타고 오가기에도 안전해 보였다.      


또한 단지 바로 옆에 걸어서 오갈 수 있는 도서관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이 너무 신선하고 예뻐 보였다. 아이와 단지를 산책하다가 수시로 바다를 볼 수 있고, 비교적 정남쪽에 있어서 제주의 서쪽과 동쪽을 오가기에도 좋아 보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우리의 예산을 훌쩍 초과한다는 점이었고, 둘은 초등학교가 멀어서 차를 타야 한다는 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지 자체도 서울에서 지내던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익숙한 만큼 제주살이의 느낌이 반감되기도 했다.      


우리는 일단 중문동으로 이동했다.      




중문동은 참으로 신기한 동네였다.


한쪽에는 중문마을이 형성되어있었고, 그 속에 제주의 집들과 단지, 그리고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남쪽으로는 호텔과 해변이 어우러진 휴양지가 있었고, 그 사이로 마치 시골의 읍내 같은 알록달록한 길이 로터리를 따라 쭉 늘어서있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옆으로 ‘학교 옆 문방구와 분식점’, 그리고 ‘소설 대여점’과 ‘국숫집’들이 쭉 늘어서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육지에서 지자체와 각 지방 스토리 책자를 쓰기 위해 주요 읍내를 다닐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 옛 시간을 머금은 채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소소한 풍경들이 좋았다.  

   

‘그렇다면 이 마을을 지켜주는 보호수도 있을까?’     


지역 취재를 할 때면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그 마을의 보호수를 찾아서 인사하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마을회관을 찾아 어르신들을 찾아뵈었다.     

 

대개 그 마을의 보호수는 그 지역을 지키는 수호나무 역할을 했기에 수령만 수백 년에 달하였고, 신성한 기운을 머금고 있기 마련이었다.      


공교롭게도 아파트를 보러 가는 길에서 그 보호수를 만날 수 있었다.   

   

“어? 역시 보호수가 있었네! 우와, 수령만 한 사오백 살은 되어 보이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파트를 보고 나오는 길에서는, 중문마을회관도 있었다. 그 옆으로 마을의 옛 물길 역할을 하던 ‘군물’ 유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주변으로 늘어선 귤밭도 더없이 정겨워 보였다.     


그러나 큰 병원이 없고, 한참 습해서 육지에서 온 사람들이 금세 적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처음 둘러보았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집의 컨디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 집은 인연이라는데, 인연이 없나 보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 집이었기에, 우리는 곧 중문동에서도 철수했다.      


무엇보다 집을 보러 다니는 자체로 너무 진이 빠졌다. 나와 아내도 금방 지쳤는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비행기를 타고 내려올 때 펼쳤던 상상의 나래는 금방 사라지고, 이런저런 걱정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다들 이렇게 제주살이를 포기하는 거겠지?”     


그날 저녁, 우리는 강정동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수첩에 메모해둔 지역과 단지의 장단점을 되새겨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정은 2박 3일.      


첫날은 오후 늦게 도착했기에 그냥 지나갔고, 둘째 날은 하루종일 집을 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셋째 날은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날이었다.      


“그래,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일단 서울로 올라가서 다른 지역까지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셋째 날, 부동산앱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 짐을 싸는 중에 마지막으로 한번 쓱 둘러보았는데, 우리의 예산에도 맞고 집 컨디션도 좋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거실 통창으로 바다가 보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중문동이네? 여기만 보고 갈까?”

“그래, 마지막이니까.”     


우리는 곧바로 중문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정말 ‘우리 집이다’ 싶은 인연을 만났다.   


곳곳에 야자수가 늘어선 길. 하늘과 어우러진 단지가 너무 예뻤다.
너른 거실에서 통창으로 내려다보이는 작은 숲과 바다. 밤에는 저 바다에 반딧불처럼 오징어배가 뜬다.


물론 바로 이 집이 우리의 진짜 인연이었고, 지금 사는 집이 되었다. 그러나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하기로 하자.      


일단 우리는 그 집을 보자마자 계약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전세대출과 관련한 목적물 변경과, 추가로 몇 가지 확인할 사항들이 남아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하지는 않았다. 일단 서울로 돌아와서 그것들을 마무리하고 다시 제주에 내려가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이 과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 집과 인연이 닿을 줄 알았다.

    

'이제 정말 제주에 가는 일만 남았구나.'


비로소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에 앉아, 우리는 다시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수많은 역경과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중 하나는 걸림돌이라기보다는 누구도 거부하지 못할 큰 행운(?) 때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는 곧바로 제주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그럼 그렇지. 우리가 무슨 제주살이야.”

“앞으로는 돈을 더 바짝 모아야겠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제주살이와 조기 은퇴까지 철회할 생각을 했냐고?   

  

바로 우리가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제주살이를 시작한 우리에게 묻는다.


"어디에 사는 게 좋을까? 제주시? 서귀포? 동네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일단 다 둘러보면서, '이 집이다' 싶은 집을 만나면 돼. 그게 제주시에 있을 수도, 서귀포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직접 가서 한번 둘러보고, 학교랑 도서관도 같이 가보고."

"그래서, 너는 왜 서귀포 중문으로 결정했는데?"

"옛날 길과 요즘 길이 잘 어우러져있고, 조금만 나가면 남쪽 나라의 휴양지에 와있는 기분? 멀리 나갈 것도 없이 일을 마치고 거실에만 나와도 바로 휴가를 온 기분이랄까?"


사실 동홍동과 강정동, 중문동, 그 외의 지역들 모두 장단점이 분명하다. 기회가 된다면 모두 다 살아보고 싶다.


결국 살 집과 동네를 만나는 일은 인연인 것 같다.  

이전 07화 #7 왜 서귀포, 그것도 아파트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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