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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 Oct 13. 2022

#10 제주도로 이사할 때 주의할 것들

- 마침내 서귀포 집을 계약하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내 이럴 줄 알았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이다.  

    

대개는 망설이는 사이에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의미로 통용되었는데, 사실 본래 비문(碑文)은 이런 뜻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은 뒤에 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서귀포 중문에 찜해둔 아파트가 나가버렸다!     


당황한 나는 재차 부동산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사장님은 받지 않았다.  

   

“하아, 그 집이 아니면, 우리랑 맞는 곳도, 마음에 드는 곳도 없는데…”  

   

아내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 집 보고, 딱 이 집이다 싶었는데…”     


부랴부랴 근방의 매물들을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우리한테 맞는 집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서귀포가 아닌, 제주시 쪽이라도 알아볼까?”     


마음이 급해진 우리 부부는 부동산 앱을 뒤져서 급히 제주시와 애월읍, 함덕 부근의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아무래도 제주시랑 가까우니, 출장을 가기도 편하고, 인프라도 더 좋겠지?”     


나름대로 이런저런 명목을 찾아가면서 다른 매물을 찾아보았지만, 역시나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지 않았다.

      

“한번 주말에 급히 다녀올까?”     


비행기표를 알아보았지만, 이내 나는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야,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도 있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전세계약 만료일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더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서울 집을 비워줘야 할 날짜는 7월 25일.     


그때가 막 6월 말에서 7월 초로 접어들던 시기였으니, 진작 이사 갈 집을 계약하고 이사 업체를 알아봐야 할 시점이었던 것.     


차선으로 제주와 서귀포의 타운하우스나 빌라까지 알아보았지만, 타운하우스의 경우 더더욱 주변 입지랑 집의 컨디션을 꼼꼼히 점검할 필요가 있었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일단 이번에는 나 혼자 가서 알아볼게.”     


아이를 데리고 일일이 오갈 수 없었기에, 고심 끝에 다시 주말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러나 토요일을 하루 앞둔 금요일에,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하셨어요?”

“사장님! 서울입니다, 서울!”

“네, 결정하셨어요?”     


그 말에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 먼저 서귀포의 집과 계약을 하려다가, 그 집 역시 우물쭈물하고 있다는 것을!     


“네네, 내일 내려갑니다. 계약하려구요.”

“에이그!”     


부동산 사장님 역시 우물쭈물하는 집들 사이에서 마음을 쓴 티가 역력했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낼 공항에 오셔서 전화 주세요.”     


한번 쓱 보고 계약을 하겠다고 자신했다가, 정작 계약 당일에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만큼 사실 제주 이주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다시금 제주살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지체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박 2일.      


다음날, 나와 아내는 아이를 잠시 친정에 맡기고 서귀포로 내려가 7월 26일 자로 전세계약을 마무리했다.

     

“하아, 드디어 계약했네. 이제 진짜 제주도민이 되다니!”     


우리는 혹시 모를 전세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계약서상에 꼭 넣어야 할 항목까지 챙겨 넣었고, 집주인은 ‘그것은 당연한 세입자의 권리’라며 흔쾌히 그것에 동의해주었다.     


막상 계약을 마치고 서귀포 중문 길을 걸으니, 이전에 잠시 거쳐가던 길들이 새롭게 보였다.   

   

전에는 호텔에 머물기 위해 느지막이 오가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빨갛고 노란 지붕의 색깔과 푸르고 하얀 벽돌과 풀들의 빛깔이 더없이 생생하게 다가온 것이다.     


“길이랑 집들이 너무 예쁘지 않아?”

“거기에 야자수까지 더해지니 남미 느낌도 나고.”     


멕시코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우리들은, 늘 머나먼 남미의 쨍한 날씨와 카리브해의 쪽빛 바다를 그리워했다.      


서귀포 색달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그런데 서귀포 중문거리 곳곳에, 그날들의 그 색감과 온도가 스며있던 것이다.  

   

우리는 모처럼 아이의 칭얼거림에서 벗어나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고, 맛집을 찾아가서 점심을 먹었으며, 차를 마시며 같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자체로 좋았다.     


그 후로 이사 업체를 선정하고, 차를 보낼 탁송 회사를 고르고, 이삿짐을 싸는 등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나 이사 날짜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또 일이 터졌다.     


서울 집에 들어올 신혼부부들도 전세대출을 받았는데, 전세금을 빌려준 은행에서 전입 날짜와 전출 날짜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서울에서 나가는 날짜는 7월 25일, 제주에 들어가는 날짜는 7월 26일이었는데, 그쪽에서 대출 실행이 되려면 같은 날에 양쪽이 모두 들어오고 나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우리도 이미 서귀포 집과 7월 26일로 계약을 마쳐서 지금 변경하기는 어려운데요?”     


공교롭게도 우리한테 전세자금 대출을 실행해준 은행 역시 이 얘기를 듣자마자,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어쩌죠?”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우리는 상황을 잘 설명하고, 우리가 하루 호텔에서 묵고 제주로 넘어갈 테니, 서울 집에 들어오는 부부들 쪽에서 계약일을 변경해서 맞춰주기를 부탁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신혼부부들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세자금 대출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은 욕심이었나?”     


기존에 가지고 가려던 저금리 대출을 포기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만, 그리고 정말 그러려고 했지만 열흘 안에 저축을 깨고, 부족한 자금을 끌어오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전세대출을 받으려니 최소 보름 전에 신청을 해야 했기에 모두 불가했다.     


“하아… 그렇다면 마지막 방법은?”     


그렇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그날 저녁 안으로 우리의 전세계약을 7월 25일로 변경해서 사본을 은행에 먼저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일찍 원본을 가지고 담당 은행에 들어가는 길. 그것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무작정 김포공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집주인과 부동산 사장님이 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제주공항으로 새 계약서를 들고 마중 나와준 덕분에 극적으로 계약 일자를 변경할 수 있었다.


“이거 무슨 영화도 아니고…”

“그러게 해외 바이어를 설득하려고 급파한 아저씨?”     


나는 그날 완전히 초주검이 되었지만,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웃음부터 난다.  

   

이제 남은 건 이삿짐 싸는 일뿐이라고 생각했으나…      


세상에,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큰 일일 줄이야!     

     


※ 제주도로 이사할 때 주의할 사항     


1. 이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박 2일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서울에서 제주, 육지에서 제주까지는 이삿짐을 배로 옮겨야 하기에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도 하루 먼저 제주에 가있거나, 다음날 넘어가거나 선택해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이삿짐을 빼는 당일날에 넘어가는 게 좋다.


물론 계약일자 또한 나가는 날짜와 제주에 들어가는 날짜를 동일하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육지에서 전출을 하고, 하루 뒤에 제주에서 전입신고를 하면 전출에서 전입까지 하루가 뜨기 때문에 자칫 전세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의치 않게 다음날 제주로 넘어가야 될 경우가 생긴다면, 전날에 미리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해둘 수 있으니 이 점을 활용하면 좋다. 확정일자 또한 인터넷으로 받을 수 있다. 가급적이면 확정일자는 전입 당일이 아닌, 집주인과 계약하는 날짜에 받아두는 게 더 안전하다.    


2. 전세계약서에 꼭 삽입해야 할 문구 4가지


우리는 전세계약을 할 때 다음 문구를 삽입하였고, 만약 이를 허락해주지 않으면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는 임차인의 권리임을 명심하자.


최근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에, 만에 하나 전세 사고가 일어날 경우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좋다.


★ 임차인은 임대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다음 특약사항을 지켜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 계약은 무효가 되고,  즉시 전세 계약금 및 보증금을 반환한다.


1) 임대인은 임차인이 입주 및 전입신고를 완료하는 날의 다음날까지 근저당 등의 설정을 하지 않고, 계약 당시의 상태를 유지한다.

2) 임대인은 임차인이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한다. 만약 돕지 않은 사유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서상 진행이 어려울 시에 계약은 무효가 되며 즉시 계약금을 반환한다.

3) 임대인은 전세계약 만료일에, 다음 임차인의 입주 여부와 상관없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반환한다.

4) 임대인이 임차인이 거주하는 중에 집을 매매할 때는, 임차인의 협의를 구하고 최초 계약사항이 변동 없이 만료일까지 잘 이행되도록 주요 사항을 매수자에게 이관한다.


요즘은 '일년살이'뿐 아니라 '한달살이'도 크게 유행하고 있어서 타운하우스를 많이 알아보기도 하는데, 직접 와서 보지도 않고 계약금만 이체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달을 살더라도 목돈이 오가는 만큼 반드시 집을 답사하고, 집주인과 대면하여 계약을 해야 한다. 직접 와보면 분명 사진으로 본 것과 다른 집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또한 오래 머문다면 밤에도 다시 가보기를 추천한다.


3. 이사업체 및 탁송업체 비교     


맘카페나 몇몇 사이트에 정보를 알아보면, 이사업체와 탁송업체는 대개 서너 군데로 압축될 것이다. 이사업체의 경우는 직접 견적을 받아 비교해보자. 보통의 3~4인 가구라면 이삿짐에 따라 300만 원 내외로 비용이 발생할 것인데, 세부 인원과 서비스가 다를 수 있으니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4. 여름 성수기 때나 명절 때가 이사날짜면 미리 비행기표를 예약해야 한다.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예약해두는 게 좋다. 성수기나 명절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이 비싸지더니, 어느 날 갑자기 매진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요즘에는 주말에 대체휴일이나 공휴일이 하루만 더해져서 연휴가 발생해도, 비행기가 모두 매진되는 사례가 많다.

     

5. 인터넷, 소포 등의 지연에 대비하자.


서울에서 제주로 짐을 보낸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생각해야 한다. 날씨 때문에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 설치도 마찬가지.


우리의 경우 이삿날 사흘 전에 인터넷을 신청했다가, 이사하고 나서 열흘 뒤에 기사님이 방문했다. 열흘 동안 컴퓨터를 제대로 쓰지 못해서 무척 답답했다. 적어도 보름 전에는 TV와 인터넷을 이전하거나 신청해두자.


미리 이불이나 생필품을 먼저 보내 놓는 경우도 있는데, 이사하는 날에 받으려면 마찬가지로 일주일 전에는 미리 서울에서 보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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