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끌어올리기 10년 차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막연한 거부 불안에 관하여
몇 년 전 집 가까운 곳에 GX순환운동을 하는 곳이 있어 6개월가량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근력운동과 유산소 전신운동을 하는 곳인데 출산 후 늘어난 뱃살에 뭐라도 하고 싶었거든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에 참여해서 6~8명이 함께 운동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저녁 7, 8시 타임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9시는 사람들이 뜸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저는 9시 타임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편했습니다. 특히 금요일 9시에 가면 혼자이 곤 했습니다. 사실 그게 좋았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저는 마치 1:1 개인 pt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깐요. 코치님으로부터 집중 케어를 받을 수 있단 생각에 그 시간이 점점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또 고민이 되더라고요. 금요일 9시에 내가 가지 않으면, 코치님이 일찍 퇴근할 수 있거나 주중 마지막 날 좀 여유 있게 쉴 수 있어서 좋을 텐데, 내가 그걸 방해해서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금요일 9시에 가고 싶으면서도 가지 못하게 했고, 주중 다른 날 9시를 선택하는 것도 고민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9시에 가면 코치가 날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남편은 어처구니없어했습니다.
-아니, 그런 고민은 나한테나 좀 해봐!
만약 제 생각대로 코치가 날 싫어하게 된다면, 다른 시간에 가더라도 내가 하는 동작은 잘 봐주지 않고 다른 사람들 자세만 코칭해줄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나한테만 의도적으로 말을 걸어주지 않고 싫어하는 티를 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요.
전통시장에 갔을 때입니다. 분식집에 들러 순대 3천 원 치를 주문했는데, 지갑에 현금이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뿐이더라고요. 순간 또 제 쓸데없는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3천 원 치만 사가면서 5만 원을 내면 주인이 싫어하겠지?
-여기도 신용카드가 될까? 안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으로 저는 빠르게 가게 내부를 스캔하기 시작했고, 제 시야에서는 카드단말기 비슷한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순대를 썰어 통에 놓고 비닐봉지에 담아 주시는 내내 제 머릿속은 복잡해졌습니다.
-시장에서 고작 3천 원 치 사면서 5만 원을 내면 주인이 싫어하지 않을까? 어떡하지?
-뭐라도 더 사야 할까? 최소 만 원 치는 채워야 하는 게 아닐까?
결국 저는 ‘죄송한데, 5만 원짜리 밖에 없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사장님께 돈을 건넸고, 사장님은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선반 아래쪽에 현금이 잔뜩 든 커다란 통을 꺼내들더니 잔돈을 거슬러 주었습니다. 현금 부자 앞에서 괜한 걱정을 한 셈이었습니다.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껴지나요?
저는 참 이런 잔걱정들이 많습니다. ‘이런 나의 말과 행동으로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저의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왜 이런 고민을 순간순간 하고 있을까요?
가족, 특히 남편에게는 전혀 하지 않는 고민들이지요....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요?
사실, 코치님이나 분식집 사장님과의 관계가 나빠져도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코치님이 회원에게 금요일 9시에 온다고 싫은 티를 내지는 않을 것이고, 분식집 사장님도 잔돈을 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화 낼 일도 아니고, 만약 화를 내더라도 저는 그곳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뿐이니깐요.
결국,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제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거부 불안’이 문제였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척당할 수 있다는, 원초적인 불안.
즉,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수용해줄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기반이 많이 약하다는 뜻이지요. 이것은 곧 내가 내 존재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내 존재 자체로 괜찮다는 확고한 믿음이 제 안에는 없었거든요.
그러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지만 다른 사람에게 수용될 수 있다고 여겼고,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걱정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요.
이러니 세상은 제게 편안하고 안전하지 않을 수밖에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루이스 코졸리노는 세상에 대해 안전감을 느끼는 것과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이슈 뒤에는 ‘거불 불안’이 존재하고, ‘거부 불안’ 이면에는 자신이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는 의미니까요.
어쩌면 어린 시절 조건부로 칭찬을 받았던 것이 이런 저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가 버린 일로 지금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좀 더 잘 되길 원했던 부모님의 긍정적 의도가 있었음을 알기에, 아쉽기는 하지만 원망할 수는 없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현재입니다. 지금 제가 나 자신을 조건부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자존감이 빈약했던 제가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은 또 하나의 현실 대처전략은, 이번에도 물어보는 거였습니다.
-제가 금요일 9시에 와도 괜찮을까요? (일찍 퇴근하셔야 하는데 혹시 못하실까 봐....)
-현금이 5만 원밖에 없는데, 거스름 돈 주시기에 괜찮을까요?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수정할 기회를 주세요!
이렇게 속으로 하는 걱정을 밖으로 꺼내서 표현해보고 상대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매번 장소와 상대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될 테니깐요.
하지만 물어봄으로써, 내가 걱정하고 있는 것과 다른 반응을 알게 되면 제 생각을 수정할 수 있거든요.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것은 상대에게 물어봄으로써 가능합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상대의 기준이 아니라 내 편견에 빗대어 해석하고 있는 거지요. 이제 내 안의 틀에서만 상황을 해석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틀에 금을 가게 하는 방법은 내 안의 생각에 갇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것은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물어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수정해 나가세요.
그러면 불필요한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CHECK POINT: 자존감 끌어올리기 10년 차의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
혹시 맞은편에서 오는 지인에게 인사를 했는데, 못 본 척 지나가 무안하거나 마음이 불편했던 적이 있나요?
나를 못 봤을 수도 있지만, 정말 봤는데도 못 본 척했다면, 그건 그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이거나 내가 그에게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인성이나 표현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문제라는 것, 꼭 기억하세요.
-저 사람의 인성이 그 정도이구나.
-저 사람의 표현능력이 그 정도이구나.
*상대방의 반응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것이고 그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