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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에 있는 상점의 종류가 끼치는 영향

by Loud Silence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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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지하철을 내리면 집까지 7~10분 정도 걸린다. 보통 역 근처에는 많은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있다. 여기에 어떤 것들이 있느냐가 퇴근 길의 기분에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운수가 좋지 않은 날,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날에 그런 기분들 까지 위로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지하철 출구를 나설 때 보이는 상점들과, 집을 가면서 보이는 음식점들에 따라 내 퇴근길이 꽤나 화려해질 수 있다.


이전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서 13~15분 가량을 걸어가야 했다. 봉천역 근처로 걸어갔는데, 그 걸어가는 길에는 딱히 눈에 띄는 것들이 없었다. 고철상, 학원, 휘황찬란한 빌딩들. 역삼역에서 자취할 때는 더 심했다. 그저 빌라의 연속. 사람냄새가 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지금 사는 곳은 내려서 집을 향해 걸으면, 붕어빵을 파는 곳이 보인다. 이 곳에서 사람들은 줄을 서서 붕어빵을 사간다. 1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본 4개 혹은 그 이상 사가면서, 하나씩 꺼내 먹었을 때 그 표정들. 조금 인상쓰고 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긴장이 살짝 풀리게 만드는 붕어빵이다. 학생들은 그 앞에서 슈크림 붕어빵과 팥 붕어빵으로 열띤 논쟁을 벌인다. 하찮은 논쟁이 인생을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미 깨우친 모양이다.


그 건너편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버스로 퇴근하는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많이 내린다. 서서온 사람들의 고된 표정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중간에 어디도 들르지 않고 집에 갈 것 같다. 짧은 시간이라도, 흔들리는 버스에서 서서온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니까, 그저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그 건너편에는 군것질 3종세트가 있다. 꽈배기, 만두, 아이스크림. 꽈배기 집은 비주얼이 좋다. 튀겨진 밀가루가 꽈배기, 도넛 등의 형태로 기름을 빼고 있다. 일부 손님들이 사가면서 설탕에 버무려지는 광경을 보면, 입에 군침이 돈다. 이를 지나 만둣집을 지나가면, 내뿜는 수증기와 냄새가 아주 일품이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왕만두. 듣기만 해도 든든한 이름들. 이를 지나 아이스크림집을 지나면, 31가지 중에 생각나는 맛이 꼭 있다. 다달이 새로운 맛을 내면서 우리를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눈을 돌리면 청년야채가게가 있다. 별다른 인프라 없이, 조그마한 공간에 시장마냥 물건들을 깔아두고, 목소리로 승부하는 곳이다. 어머니들의 발길이 멈출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왠지 저렴할 것만 같은,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의 가게에 혹시 오늘 저녁거리가 있을지, 하다못해, 기본 양파 마늘이라도 사갈 수 있지 않겠는가.


코너를 돌면 정육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닭가슴살도 여기서 사는 편이다. 닭가슴살을 사면, 한덩이 한덩이가 너무 커서 일부러 반씩 잘라달라고 한다. 상품을 뜯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뜯어서 고기 하나하나를 반씩 잘라주면, 활용하기도 좋고, 먹을 때 부담도 안된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던데, 큰아빠가 했던 정육점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전 주인이 큰아빠였나본데, 아주 친절하셨던 분이셔서, 잘 배운것 같았다.


좀 더 가다보면 삼겹살 집이 있는데, 이미 퇴근을 마친 몇몇 가족들이 벌써부터 고기를 굽고 있다. 통창으로 깔끔하게 되어있고, 2층으로 되어 있어, 창가부터 자리가 차는 것 같은데, 단란한 가족들을 보자면, 나도 얼른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지나가다보면, 피자를 포장해서 사가는 분들도 많다. 피자가 또 포장하는 것이 배달하는 것 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지 않는가. 크게 한판, 작은거 두 판, 사이드메뉴, 넉넉히 포장해서 가는 그 모습이, 예전에 내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


세상살기 팍팍하다고 해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따뜻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상은 피고, 인생도 피게 웃어본다. 일부러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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