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를 향하여 - 大丈夫ですか
1. 1일째 -시코쿠를 향하여 - 大丈夫ですか
2016년 1월 13일(수) 맑음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설레이면서도 긴장되는 것. 비행기를 놓칠세라 밤새 뒤인다.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꾸린다.
공항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한다.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마음에, 장애복지카드(지체장애 6급-고관절 부위)를 활용하면 인천공항까지 무료인데 어찌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지하철 첫차라 해도 비행기 이륙 2시간 전에 닿는 것은 무리였다.
이륙 50분 전에 인천공항 도착.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줄이 한도 끝도 없이 보인다. 이를 어쩌나 시간이 촉박한데... 관계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씀을 드리니까 줄에 서서 기다림 없이 직통으로 좌석표를 발급받게 해 주셨다. 그렇게 긴 줄을 놔두고 눈깜짝할 사이에 내게 이런 혜택을 주다니, 정말 감사드린다.
물건을 부치고 좌석표를 받고 나니, 이번엔 검색대 통과하는 줄이 만만치 않다. 적어도 4,50분은 족히 걸릴텐데. 그러나 이번에도 직원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표를 보여주니 곧바로, 이런 데를 안내해준다. 아니, 이런 데가 다 있었다니.
출국 시 도움을 받아 제 시간에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의 그 안도감. 그리고 이어서 엄습해오는 긴장감. 비행기는 10시에 정확히 오사카에 도착. 그리고 이어 도쿠시마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 12시 25분 발 도쿠시마행 버스를 기다리며, 공항 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녀본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은 일본에서의 통신문제 해결을 위해 유심칩을 구입하는 일. (사실, 본국에서 이와 관련해서 백방으로 알아보았는데, 그중 홍대에 있다는 곳에서는 13일까지 모든 제품이 다 나갔다는 것. 어쩔 도리 없이 그냥 일본에 입국할 수밖에 없었다.)
사용 설명서를 열심히 읽고, 그대로 따라서 입력하고 했는데 아직 독해력이 부족해서인가, 일본 내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어찌어찌해서 유심을 갈아끼고 사용해보았는데, 잘 안 돼서 지갑에다 잘 보관해 두었다가 귀국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사용방법을 물어보고 배우고 싶다. 셋케이지(33번 절) 츠야도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와이파이 없는 데서도 페북이니 지도 보는 것을 아주 쉽게 하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내 나이가 50대 중반인데, 역시 전자제품의 사용에는 한계가 있는 것인가.
12시 25분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나루토IC 입구 마치 죽전버스정류장과 같은 곳이다. 버스 기사가 친절하게도 함께 내리는 손님에게 나를 인계(?)하고는 버스는 도쿠시마를 향해 간다. 도쿠시마까지는 4,000엔, 나루토까지는 3,700엔. 가격이 300엔 차이가 나지만 사실 여기서 나루토까지는 30여분 소요. 나루토 역에서 반도까지는 중간에 환승해서 1시간 여 소요. 배 고프니까 요깃거리 먹는 것까지 합하게 되면, 차라리 도쿠시마에서 내리는 것이 낫지 싶다.
나루토 역에서 기차에 오를 때, 함께 오른 첫번째 만남의 일본인은 다름 아닌 90세의 노인. 정기기차표에 담긴 이름과 나이를 보니까 정말 그랬다. 90세. 키가 작은 반면 아주 단단해보이시는 분이시다. 이분의 사진을 남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문제는 처음 일본인을 상대해서 말을 나누는 것인데다 나이드신 분의 말씀인지라 한 마디의 말도 못 알아들었다. 나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이때만 해도 참 내가 걱정스러웠다.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고, 나도 말을 전혀 못하는데 어떻게 18일간의 오헨로 길 순례가 가능할까 싶어 앞이 깜깜하기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내가 반도역에 간다는 것은 알아들으셨는지,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갈아타는 곳과 해당 기차를 타는 번호를 가르쳐주시라 애쓰시는 모습이 너무도 감사했다. 더욱이 내게 먹을거리를 주시는 게 아니신가.
이 음식을 먹은 곳은 숙소로 돌아가는 역(환승역) 플랫폼의 벤치에서였다. 3번 절까지 다녀오고는 기차로 숙소까지 가는 이 시간대는 대략 오후 7시 반 정도. 배가 고팠는데, 이때 그 노인이 주신 도시락을 먹으니까 고픈 배가 좀 나았다. 찬 바람이 싱싱 불어서, 음식을 입에 넣고는 자판기 뒤에 바람을 피해 오물오물 먹는데, 그 모습이 참 처량하기도 했을 것이다. 옆에 학생들이 있건 말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셋다이?
아니란다. 그냥 주시는 것이라는데, 나는 이게 시코쿠에 와서 처음 얻는 것이라 오셋다이라고 여겼다. 이분 덕분에 무사히 반도역에 하차. 이때 시각이 4시 5분 정도. 오늘의 목적지인 3번 절까지는 약 4키로. 과연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눈에 그렸던 그대로의 반도역에서 오헨로 길의 첫발을 거침없이 내딛는다.
1번절 경내에 들어서서 순례 물품을 구입하려고 가는데, Jeremy가 계속 말을 붙인다.
"쇼산지 up,down, 힘들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뭐라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갈 길이 바쁜 나는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아마 나래도 전체 한 바뀌 순례하고 나면 누구라도 붙들고 애기하고 싶을 거다.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38일 걸렸어요."
"에엣, 놀랍네요. 대단하시네요."
정말이었다. 내가 듣기로 88개소의 절을 순례하는데 45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8일이라니. 그 말이 맞다면 정말 걷기의 대가가 아닌가?
순례용품을 구입하는데 든 비용은 9,464엔. 10만원에 육박하는 큰 돈이다. 볼품 없이 키만 멀대같이 큰 콩고즈에(스틱, 지팡이), 헝겊 조끼 하쿠이(흰옷), 일본에서 제작한 지도, 종이쪼가리 같은 후사메후다. 여기도 상업화가 다 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하지만 가장 요긴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만 구입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즈에는 내 몸을 지탱해주는 요긴한 지팡이가 되었고, 즈에에 달린 방울은 나를 일깨워주는 '惺惺子(성성자)'였으며, 하쿠이는 일본사람과의 교감을 나누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었다. 혼자 걷는 길이지만 언제나 코보다이시께서 함께 해 주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소중한 물품들이 되었다. 남들이 경박하게 상품화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어지는 2번 절을 지나 3번 절에 이른 시각은 5시 30분 즈음. 이미 절에서는 나를 받아주질 않아 내일 다시 이곳에 와서 묵서를 받으면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숙소를 찾아가는 길. 근처 이타노 역을 찾아간다. 그런데, 역에 들어서니 승무원이 보이질 않는다. 무인역이다. 기차표 자동판매기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기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것을 쉽게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달라 당황스러웠다. 이때, 등장한 나의 수호천사.
Keiko sano
그녀는 어려움에 처한 내게 큰 조력자가 되어 주었다. 내가 가야할 첫날의 숙소는 Kamojima 역에서도 15분 거리에 있는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채널 강)이었는데 여기까지 가는 데에는 두 번의 환승을 거쳐야 하는, 거리상으로는 가까웠지만 처음 가는 이로서는 약간 까다로운 길이라, Keiko sano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열차시간표를 확인해 주었고, 갈아타는 곳을 꼭 잊지 말라며 신신당부까지 해 주셨다. 그리고도 내가 불안해보였는지 연신,
"大丈夫ですか?大丈夫ですか?"
내가 알아들었다고 했는데도,
"大丈夫ですか?大丈夫ですか?"
게다가, 내가 기차에 탈 때까지, 또 게다가, 내가 탄 기차가 플랫폼을 떠날 때까지 역사 개찰구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실로 감격스러운 장면을 내게 보여주셨다. 마치 내 어릴적 방학 내내 외가에 가서 실컷 놀다가 기차역으로 가는 고갯마루를 넘을 때까지 한참이나 지켜보며 손을 흔들며 나를 배웅해 주셨던 외할머니 생각이 저절로 나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나는 두 손을 모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마워요 케이코 상(사노 상)!'
- 이 분은 나중에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자신의 한국 친구한테 도움을 받아 카카오톡을 다운받아 실행한 후 내게 하루에 한두 번꼴로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굉장히 적극적인 분이기도 하시다. 아마도 집사람 다음으로 많은 소식을 주고 받은 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코(도쿠시마 전 정거장)에서 최종 환승한 뒤부터는 7정거장 거리의 카모지마 역까지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라 기차 안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기차 안에서 고 3학생과의 대화를 나눠본다. 글피에 시험을 본단다. 일종의 예비고사 시험이라네. 핸섬하게 생긴 학생에게 잘 하라고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카모지마 역에 도착한 뒤, 바로 숙소 주인이 마중을 나와주어서 숙소까지는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드디어 첫날의 숙소 도착이다!
‘채널강‘
숙소에서는 부부가 따뜻하게 지내라고 해 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부인이 주신 오셋다이 과자와 함께 키를 걷네 받고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는다. 힘겨웠던 하루의 짐을 내려놓는다. 목욕하고 나니 개운하다! 첫날의 노독이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 이날 묵는 이는 나뿐.(이후로 묵는 숙소마다 묶는 이가 드물어 대부분 나 혼자만의 차지가 되었다.)
새벽을 설치며 시작한 하루가 마감되는 시각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제 반 이상은 왔구나.
공항 - 나루토 하차, 나루토 기차역까지(30분 소요).- 반도(板東)역 하차
1.료젠지 –(1.4k)- 2.고쿠라쿠지 –(2.6k)- 3.곤센지 4km
이타노역에서 기차를 타고 사꼬(佐古)에서 갈아탄 후 까모지마 역 하차-숙소까지 픽업, 숙소 20시 10분착
즈에,지도,하쿠이,노쿄장, 오사메후다 9,464엔
버스비 3,700엔
기차비 920엔
음료 및 간식 460엔
노쿄비 600, 통신용 카드 4,000엔
숙박비 3,500엔
소계 : 22,644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