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산지
3. 3일째(11번~12번 절) 쇼산지(燒山寺), 헨로고로가시
1월 15일(금), 맑음
해발 900여m의 산에 위치한 쇼산지로의 출발부터 발길이 무겁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벼운 배낭을 메고 다녀 홀가분했는데, 오늘은 13kg의 배낭을 짊어매고 나서려니까 왠지 더 버겁다. 그래도 일단, 게스트하우스 주인의 배려에 감사한 의미로 편지를 남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카모지마 동네 골목골목을 한 바뀌 휘이 돌아 11번 절 후지이데라(藤井寺)에 도착. 10번 절과 달리 이번에 묵서를 써 주시는 분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10번 절에는 연로한 할머니셨는데)
8시, 이제 쇼산지를 향한 첫 계단을 오른다. 어깨끈을 질끈 동여 매고, 장갑을 챙기고, 즈에를 챙겼지만 또다시 준비 부족으로 다시 배낭을 풀고, 그리고 다시 분주히 배낭을 짊어매기를 몇 차례, 드디어 쇼산지를 향한 첫 계단을 오른다. 어깨에 닿는 배낭의 무게가 묵직하게 와 닿는다. 산길을 오르면서 만나는 작은 부처상. 헨로상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우리네 산에서는 산 입구에 작은 돌무더기를 쌓아 산길의 안전을 기원하건만 여기서는 이런 상을 곳곳에서 만나게 되어 위안을 받는다. (1엔 동전을 주머니에 잘 가지고 있다가 이곳에 얹어두고 오면 좋다.)
어느 정도 낑낑 대며 오를 무렵 나타나는 카모지마의 전경. 다시 산길을 잡아 오른다. 쇼산지까지는 세 개의 암자를 지나가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조도안(長戶庵), 두번째는 류우스이안(柳水庵), 세번째는 죠렌안(淨蓮庵)이다. 죠렌안을 지나서도 4.1km 더 가야 만나게 되는 절이 쇼산지이다. 쇼산지 산의 높이는 938m, 쇼산지는 700m에 위치해 있는 절이다. 다녀온 분들이 하나같이 힘든 산이라고 하셨고, 1번 절에서 처음 뵌 미국분(완주하신 분)도 쇼산지 얘기를 꺼내며 up, down, up,down 이라고 해서 미리부터 마음의 짐이 컸던 길이라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다.
그런데, 잠시 쉬는 타임에 뒤에서 나타나신 분, 힘든 산행길에 힘을 주고 내려가시는 걸 붙들고 사진을 찍었다. 68세 되신 분인데, 나 있는 데까지만 걸어 올라오시고 나선 곧바로 내려가신다. 카모지마 지역 주민이신 것 같다. 웬일~ 아마도 코보대사가 현신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힘든 산행길에 힘내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내려가시는 뒷모습에 감사의 합장을 한다.
다시 힘을 내서 산을 오른다. 조도안(長戶庵)을 지나고 류우스이안(柳水庵)을 지나고 죠렌안(淨蓮庵) 도착 직전, 땀 뻘뻘, 헥헥. 그런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코보다이시.
정말이지 이 순간만은 계단을 마주하고서도 힘들었던 산행길의 노고가 싸악 풀린다.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하늘을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진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 순간의 여유를 만끽해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암자에서, 힘들게 올라온 길을 조용히 음미하며, 산새 소리도 정겹고, 나지막하게 들리는 코보대사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이어지는 산행. 이 길을 올라오면서 처음으로 앞선(7시, 후지이데라 출발) 순례자를 만났다. 그런데, 이분의 연세가 74세, 오카야마에서 오신 분인데 정정하시다.
도쿠시마 오오츠류(大鶴) 민박집에서 만난 하나와 상으로부터 메일을 받아서 들은 소식으로는 하나와 상이 이 분과 함께 29일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함께 걸으며 비를 홀딱 맞으면서 계속 길을 걸었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 74세의 연세를 생각해보면서 나도 그 나이가 되어도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보게 된다. 오카모토 상과 쇼산지를 걸어가는 내내 템포가 느려지긴 했지만, 어차피 오늘의 숙소는 스다치칸이어서, 무리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함께 걷기로 했다.
"숙소는 어디에다 정하셨어요?"
"카미야마(神山) 온센"
"에엣, 거기까진 너무 무리에요. 제가 아는 스다치칸에 연락해서 함께 묵기로 하세요."
쇼산지를 지나 스다치킨까지도 3시 반 정도 도착 예정인데, 카미야마 온센까진 그 연세에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나도 무린데. 함께 걸으며, 속도도 완만하게 움직이다 보니 쇼산지까지의 남은 산행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리고 도착한 쇼산지 절에서 느끼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경내의 굵직굵직한 나무들. 엄숙함, 경건한 마음이 절로 드는 절이다.
이곳에 와보니까, 쇼산지가 소림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도 된다. 쇼산지에서 하염없이 쉼을 갖고 있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이제 하산하자. 여기서 스다치칸 젠콘야도(善良屋)까지는 3.4km. 충분히 여유있게 내려간다. 그래서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 30분. 연로하신 노부부께서 우리를 맞이해 주신다.
할머니의 말투가 어찌나 빠른지 말귀를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구멍가게 내에서 나는 구수한 내음이 우리네 시골 동네에서 나는 청국장 같은 냄새가 난다. 구멍가게 앞으로 난 두 채의 건물에 있는 숙소에 각각 짐을 풀고, 한껏 여유를 부린 후, 할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차에 올라타고는 아래 온천으로 간다. 온천욕은 600엔이지만, 운전으로 왕복비를 보태서 1,000엔을 다음날 숙박비와 함께 지불. 4,000엔이 본 스다치칸에서 쓴 비용이다. 저녁 줘, 아침 줘, 그리고 그 다음날 주먹밥을 줘. 게다가 온천욕까지 해서 4,000엔이면 무지하게 저렴한 것이다. 게다가 옛날 우리네 할머니께서 손수 마련해주신 따뜻한 음식이 뱃속을 든든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오늘밤은 별이 유난히도 뚜렷하다. 어제 카모지마 지역에서의 밤 바람은 세었는데. 아마도 그쪽은 벌판이어서 더 그랬나보다. 여긴 산 중턱에 자리잡아 양쪽 산으로 둘러싸여서인지 유난히도 바람이 없다. 그래서 더욱더 별이 또렷하다.
숙소(07시 출발)
- (2.5k) - 11.후지이데라(해발40m) –(12.9k)- 12.쇼산지(해발700m) -(3k) - 숙소(스다치칸) 15:30 착
총 걸은거리 18.4km
선물 1,100엔
온천비 1,000엔
수건 외 130엔
노쿄비 600엔
숙박비 3,000엔(식사포함)
소계 : 5,83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