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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를 결심한 계기

by 제이와이

어학연수를 결심한 계기는 대학교 2학년 1학기때 수강한 회계 수업이었다.

당시 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대부분의 전공에서 100%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들이 끼여 있었다.

교수님도 영어로 설명하시고 텍스트북도 영어로만 되어 있는 그런 강의다.

영어로 수업하시는 교수님이 한국인이신 경우도 있지만, 외국인 교수님들도 여럿 계셨다.


영어수업도 나름 내가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여겼기에, 미국인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Principles of Accounting'이라는 수업을 용감하게 신청했다. 한국어 강의는 수강정원이 빨리 차는 반면, 영어 강의는 수강신청 경쟁이 덜 했던 것도 한몫했다.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은 한국 교수님들과 달랐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텍스트북에 있는 개념을 설명하시지 않았다. 강의시간의 30~40%는 텍스트북에는 없지만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내용을 예시로 풀어서 설명하시고, 나머지는 Q&A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이 수업은 예습을 하지 않고는 따라갈 수 없었다. 덕분에 나는 1개의 chapter를 읽고 한국어로 바꾸어 이해하고, 개념적인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서관에서 5시간을 보내야 했다.

내가 예습이라는 걸 이렇게 성실히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아마 그만큼 절박한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개념 설명을 하신다해도 나는 예습을 해야만 영어 수업을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개념 설명은 아예 skip 하시니, 적당한 예습으로는 next chapter에서 연결되는 내용을 쫓아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텍스트북을 붙들고 씨름을 해서 소화를 해야만 했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Q&A시간을 이용해야만 했다.(나는 대학생활 내내 전자사전을 끼고 살았다)

문제는 Q&A시간이었다. 그 수업은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온 유학생, 선교사 자녀들이 수강하고 있었고, Q&A시간은 그들을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다. 나는 영어로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내가 해소하지 못했던 부분을 그들이 질문하는 경우 답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방법을 찾아야 했고, 나는 이메일로 교수님께 질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이메일로 답변을 주셨고 그렇게 궁금한 부분을 해소해 나갔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교수님께 질문을 보냈는데 그 답장에 나는 당황했다. 내용인즉슨,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쓰기엔 내용이 복잡하고 많아서, 수업 끝나고 바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동공지진이라는 말이 찰떡같은 상황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 가서 메일에 썼던 내용을 열심히 '말하기'로 연습한 문장을 읊었다.

교수님께서 끄덕이시며 들으시더니 설명을 길게 하셨다. 나는 30%밖에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을 영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교수님께 Ok, I understand it now.라고 확신에 찬 표정을 지으며, 교실을 빠져나왔다.


한 한기가 끝나고 나는 그 과목에서 A+를 받았다. 하지만 A+라는 결과에 대한 만족보다 내가 영어로 말을 할 수 없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를 해결하고 싶은 갈증이 크게 느껴졌다.

그저 영어로 된 수업을 수강하는 것만으로는 영어로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것을 영어로 질문하고 답을 얻는 그들의 능력이 부러웠다.

그래서 열심히 정보를 찾다가 필리핀+호주 워킹홀리데이가 결합된 프로그램을 알게 되고, 본격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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