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한 가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요?
커피와 티라미수. 최종 후보를 두고 어떤 걸 선택할지 고심 또 고심 중.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음식은 무엇이 될 것인가? 슬롯머신의 레버를 당기면 촤르륵 화면이 움직이는 것처럼, 음식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간다. 초밥, 술, 커피, 티라미수, 치즈.
'생각보다 많지 않네?'
마지막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으니 치킨, 피자 같은 만만한 음식들은 후보 축에 끼지 못한다. 후보들을 하나씩 검토해 본다. 직관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은 초밥. 워낙 좋아하기도, 종종 먹기도. 초밥을 먹는 모습을 그려봤다. 우선 테이블이 필요하다. 간장도 필요하고, 젓가락도 필요하고, 접시도 필요하고.
‘약간 번잡스럽다.’
맛은 있겠지만 입 안에 남을 약간의 생선 비릿함도 조금 그렇고, 마지막 음식으로는 왠지. 식사 같은 개념보다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여유? 일종의 사치? 굳이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흐뭇한 다채로움이라고나 할까? 마지막 장소가 병원이 되었건, 재난으로 인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건 좀 더 심플하고 깔끔했으면 한다. 우아한 느낌도 있으면 금상첨화.
그다음은 술. 그렇다면 와인? 위스키? 안주 없이도 한잔 정도는 할 수 있고, 잔도 나름 느낌이 있어 우아함에 꽤 어울린다. 다만 인생의 마지막 음식을 술과 함께 보낸다?
‘이건 좀 그렇다.’
아무리 애주가라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술을 찾을 정도로... 아직 거기까진 안 갔다. 술도 패스. 순서를 건너뛰어 치즈는 제법 빨리 탈락했다. 좀 약했다. 마지막을 함께 하기엔 급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
이제 남은 건 커피와 티라미수. 커피? 티라미수? 커피? 티라미수? 고민이다.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매일 마시는 커피냐? 가끔 먹는 티라미수냐? 깔끔하면서 심플하고, 우아한 느낌은 둘 다 어느 정도 있다.
커피를 먼저 따져본다. 마지막 커피는 ‘예멘 모카 마타리’ 정도는 마셔야겠다. 구수한 커피 향이 쫙~ 피어오르고, 씁쓸하면서도 부드럽고 복합적인 맛이 혀를 건드린다. 커피는 기호음료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카페인도 한몫하겠지만, 그런 속성만으로 커피를 규정할 순 없다. 커피 칸타타라는 음악이 있을 정도니까.
커피냐 술이냐를 양자택일하라면 망설임 없이 커피를 고를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음식으로는 2% 부족한 느낌이. 평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쓴 맛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마지막 음식의 기억을 쓴 맛으로 남기자니 정말 씁쓸한 느낌. 그렇다고 커피를 버리자니 왠지 일상을 배신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흡사
“매일 나를 그렇게 찾더니, 정작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배신한다고?!!" 커피가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이번엔 티라미수. 살짝 뿌려진 초코 파우더 밑으로 찐득한 마스카포네 치즈의 부드러움, 그 아래로 은은히 묻어나는 커피의 맛과 향까지. 사기캐다. 또 커피까지 같이 맛볼 수 있다. 인생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티라미수가 달콤함으로 달래 줄 것만 같다. 조그만 디저트 접시에 티스푼으로 세 번 떠먹을 정도 양이면 충분하다. 티라미수.
‘너로 정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티라미수를 먹으며, 오직 맛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 달콤함이 편안함과 만족감을 주며 미소 짓게 할 것 같다.
너로 인해 내 인생의 끝은 달콤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