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염탐
윤성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았다. 오늘 하루는 땅을 두 발로 딛고 있는 게 아니라, 살짝 떠 있는 채로 허공에 버둥거린 느낌이었다. 집에서 맞이한 저녁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TV를 켜고 소파에 그대로 푹~ 파묻혔다. 와이프는 반려동물 냥이를 오늘도 정성스레 빗질을 해주고 있다. 윤성은 에로프의 가족이 궁금했다.
“브로, 브로가 사는 곳은 가족도 없고, 감정도 사라졌다고 했잖음? 어케 그리 됐음?”
윤성의 질문으로 에로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에로프가 존재하기 훨씬 이전인 과거부터, 어떻게 감정과 가족이 사라지고,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그곳은 ‘침묵의 행성’... 소리가 사라져 버린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에로프의 행성은 과학기술의 결정체였다. 그곳의 모든 행위는 자동화되었으며, 인류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은 그곳의 인류를 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손끝 하나로 세상을 움직이고, 생각만으로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며, 죽음조차 유예할 수 있는 문명을 이룩했다. 누군가는 이 시대를 ‘완전한 문명’이라 칭송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한편에서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들은 공허했다. 신의 영역에 들어선 그들은 깊은 허무감과 우울감에 빠졌다. 자동화된 기계문명에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고,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인류의 따뜻함 마저도 잃어버렸다. 그들은 더 이상 생명체로 살아있는 것을 느끼지 못했고, 이 모든 과학기술의 편리함, ‘완전한 문명’이 오히려 존재의 이유를 앗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반 과학기술연합’을 만들어 과학기술 신봉자들과 대립하기 시작했고 대립은 날로 격화됐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반 과학기술연합’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그들은 자동화되고, 기계화된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그중 강경파는 혼란을 틈타 도시 행정 시스템을 해킹하기에 이르렀고, 이를 감지한 인공지능 보안 시스템과 치안 시스템이 작동하며, 시위대와 격렬한 대치를 벌이게 됐다.
강경파는 무기를 꺼냈고, 인공지능 치안 시스템은 무기를 든 강경파를 고위험군으로 판단하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시스템은 무고한 인명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위험 요소를 신속 제거할 수 있는 효율성이 최우선이었다. 그 결과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이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무수히 희생되고 말았다. 이 장면은 행성의 모든 연합국에 실시간 전파되었고, ‘반 과학기술연합’의 강경파들이 극단적 테러 집단으로 변질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헐!!! 그냥 다 쏴버렸다고???”
윤성은 에로프의 이야기를 마치 흥미로운 SF소설처럼 읽고 있던 참이었는데, 급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감정을 이입하며 말했다.
“인공지능이라지만, 무차별 난사를 ... 테러 집단이 생길 만도 함”
“브로는 극단 테러 집단을 이해합니까?”
윤성은 미간과 입술을 잔뜩 찡그리듯 입을 다물며 답했다.
“... 어느 정도는... 그래서 어케 됨?”
“그들의 광기로 한순간에 한 국가가 증발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더 조직화되었다. 이들은 ‘완전한 문명’의 자동화와 기계화의 종말을 원했고, 무력 집단을 형성해 테러를 일삼기 시작했다. 폭동과 해킹으로 도시의 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 광기는 급기야 행성의 연합국 중 한 국가를 송두리째 증발시키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군대를 해킹해 모든 폭탄을 일시에 터트렸고, 그 폭발로 인해 행성 전체가 폭발음으로 진동했다.
엄청난 폭발의 여진은 연합국들의 자동화 시스템에도 오류를 일으켰다. 모든 연합국의 행정, 교통, 금융까지 전 분야의 시스템이 일시에 정지됐고, 무정부상태가 벌어졌다. 광기의 테러집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합국들의 혼란을 틈타 행성 자체를 전복할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국지전과 테러에 과학기술 신봉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고도의 과학기술로 이룩한 극도의 효율적 체계 속에서 평화의 시대만 겪어온 인류는 대혼돈에 빠졌다. 시스템이 다운되자 그 무엇도 더 이상 누릴 수 없었다. 인류는 신의 영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추락하고 말았다. 식량이 떨어지자 ‘완전한 문명’을 이룩했던 행성은 약탈의 행성으로 전락했고, 인류는 서로를 공격하는 생존 싸움을 벌였다. ‘완전한 문명은’ 그렇게 한순간에 붕괴되었다.
윤성은 마치 SF소설의 결말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렇게 문명이 끝난 거? 반대파가 이긴 거임?”
“아닙니다. 이것은 감정이 사라지게 된 시작에 불과합니다.”
“시작에 불과하다고?”
“‘감정 소거 주파수’, 큰 충격에 빠진 과학기술 신봉자 중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이 소설은 AI와 협업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