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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향 May 10. 2024

온전한 나의 시간

1시간 일찍 일어나야 하나...?

30분 일찍 일어나서 브런치 연재를 하자고 마음먹자마자 작은 아이가 그보다 앞서 깨기 시작했다. 아마도 작은 아이는 엄마보다 5분은 일찍 일어나자고 결심한 듯하다.




작은 아이가 내 배 위에 올라와 엎드려 잘 것처럼 군다. 우린 이미 안방에서 나와 작은 방으로 옮겼다. 내가 일어날 시간보다 정확히 5분 앞서 깬 작은 아이가 무슨 꿈을 꾼 건지 엄마를 부르짖으며 울어서 큰 아이가 깰 세라 들쳐 안고 나왔다. 배 위에서라도 조금 더 잤음 싶은데, 다리와 고개를 들고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를 부른다. 몸을 활처럼 휜 게 꼭 요가를 하는 것 같다. 근데 그걸 왜 하필 지금 이 시간에 엄마의 배 위에서 하는 것인지?


30분 일찍 일어나는 일에 있어서 완벽히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 있다면 작은 아이의 기상 시간이다. 두 아이들이 평소 잠드는 시간은 8:30으로 대략 6:30 즈음 일어나는데, 큰 아이는 항상 비슷하지만 작은 아이는 이따금씩 일찍 일어난다. 5시일 때도 있고, 5시 10분, 5시 30분 등등. 더 늦는 일은 없이 항상 매번 일찍 일어난다. 그런 작은 아이의 활동 시작 시간을 생각했어야 했다. 30분 일찍 일어나는 것으로는 온전한 내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일찍 일어날 시간을 30분으로 정했다고 너무 곧이곧대로 지킨 것일까?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 작은 아이의 종종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모를 리 없는 내가, 이 브런치 연재마저 중도 포기하거나 다른 일 뒤로 미뤄버리기 위해 그린 무의식적 큰 그림인가? 설마!

작은 아이는 이제 내 배 위에서 내려와 배를 북처럼 치기 시작했다. 음 안돼 아가, 엄마 눈은 만지지 마, 손 치지 마...




브런치에 일기 한 번 쓸 때에도 짧은 글보단 길게 쓰고 싶어 시간을 물고 늘어질 때가 많다. 아침 시간은 물고 늘어질 여유가 없는데도 계속 브런치를 붙잡고 있곤 한다. 작은 아이가 일어났으니 온전한 나의 시간에서 벗어나 엄마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도 그런다. 마치 이것이 내게 주어진 하루 중 마지막 시간인 것처럼.


작은 아이가 본격적으로 나와 놀겠다는 듯 다시 내 배 위에 올라와 뽀뽀를 한다. 이제 브런치는 덮어두고, 아이에게 응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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