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정역 이별
복정역 이별
오늘 오후 5시 35분 27초
이삿짐 일 마치고 1톤 차 끌고 집으로 가려는데
우측 3시 방향 SK 주유소
(휘발유 1536, 경유 1428 조금 비싸네요.)
제 감성 레이다에 뚜.. 우 신호가 왔어요.
좌표 다시 보니 복정 4거리 로져!
여자분은 흠..
물방울 치마에 늘씬하시더라고요.
노란 물들인 긴 머릿결...
남자는..
어우야, 이걸 어쩐다. 에이
솔직히 말해서 좀 느끼했어요..
한 마디로 기생오빠 스타일.
키만 컸지 얼굴이 하얀 게 영~
왜 여자분들은 이런 분들 좋아하죠?
이해가 안 가요. 납득이 안 돼요. 참말로...
우직한 돌쇠 스타일은 안 먹어주나요!!
우좌지 간
뭐 그래도 둘이 좋아는 하나 봐요.
둘이 안고 있더라고요.
호오 이거 봐라...
신호는 다시 걸려서 난 창문밖 그들을 주시했어요..
주유서 구탱이에 K5검은색 차가 비상등을 켠 채로 서있고 그 뒤로
그 커플이 서로 안았다가 다시 서로
얼굴을 보더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자기야.. 여기서 들어갈게"
"자기 괜찮지? 서운한 거 아니지"
"응 괜찮아, 너도 내일 출근하려면 들어가 쉬어야지..."
"나도 자기랑 같이 더 있고 싶은데 우리 아빠 엄마 알지"
"알아..."
"미안해.."
"네가 미안할게 뭐 있어. 너네 아빠, 엄마 때문인데 뭘..."
"... 그냥 같이 몰래 들어가서 같이 있을까..."
"아냐 , 걸리면 죽잖아"
"진짜 괜찮아? 응"
"괜찮아... 들어가 피곤하잖아.."
"오빠, 모텔 갈까?"
"응? 엊그제 가고 또 가게?"
"자기가 섭섭해하는 거 같아서..."
"아냐 뭐 , 여기 기름 넣고 갈게"
"좀 비싼데..."
"차도 세웠으니..."
"갈.. 게..."
"응... 잘 가..."
"가.."
"멀리 안 갈게.."
미친.. 바로 옆이 정류장인데 멀리는..
여자가 눈을 감네요.
남자가 기름값 암산으로 타이밍을 잊는 순간, 네 여자가 먼저 공격합니다.
여자가 까치발로 남자의 볼에 입술을
기습공격합니다.
네에 ~ 번쩍!
이제 둘이 헤어질 시간입니다.
여자분이 어깨를 풀어줍니다.
남자가 말은 안 해도 안도의
한숨을 쉬네요..
이건 말이죠. 누가 봐도
남자의 마음이 먼저 멀어지는 거
같아요. 여자도 눈치챌까요?
여자는 작은 가방을 고쳐 메고 사거리
신호등으로 횡단보도로 천천히 걸어가네요...
남자는 그 순간 기름값을 확인합니다.
마른침을 꼴깍 넓깁니다.
여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네요.
여자가 다시 남자를 보는데
남자가 자신을 보지 않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네요.
하지만 다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합니다.
저런...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여자는 자책합니다.
방을 구할걸...
독립할걸..
순간
남자가 기름을 넣고 차를 운전해 도로로 진입하는 순간이었어요.
"빠라빠라빠라 밤~®®®"
45톤 덤프트럭이 휙 하고 먼지바람을 내고 지나갑니다.
"야이 XX 야! 딴생각하지 말고 운전 똑바로 해!!"
남자가 움찔합니다.
버스정류장의 여자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다시 손을 흔듭니다.
해가 저물어 갑니다.
집에 들어갈 때 막걸리 한 병 사가야겠어요.
라면 끓여 신김치에 한 잔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