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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3. 2022

3월 13일 김성아의 하루

봄비, 그리고 카페

일요일.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최근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데 봄비까지 내리니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보려고 했지만 오늘은 집에 있기가 싫었다.

얼마 전 새로 간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나는 동네 카페로 갔다. 이 카페는 내가 3년 전부터 즐겨 찾는 동네의 아주 조용한 카레였다. 

카페에 도착하니 사장님이 나를 반겼다. 나는 사장님에게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하고 창가 쪽에 앉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장님도 창문을 열어두어 봄비 소리와 냄새가 커피의 향과 섞여 은은하면서도 설레는 향이 되었다. 길겠만 같았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완연히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직접 만든 케이크와 함께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이 집은 커피도 커피지만 케이크 등의 디저트류의 맛이 아주 좋다. 동네의 소수 사람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운 카페였다. 동네에 놀러 온 친구들이 있으면 꼭 이 카페를 소개해줬는데 모두들 퀄리티에 만족했다.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소심하게 사진 몇 장 찍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도 있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우리 동네의 숨겨진 맛집을 검색하면 꼭 이 카페가 나왔다. 단골손님으로써 뿌듯했다.

오늘은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덕분에 아주 조용한 분위기에서 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가져온 노트북을 꺼내 웹서핑을 했다. 이 노트북은 바로 한 달 전에 구매한 것이었다. 평소에 노트북을 쓸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갑자기 충동구매로 산 노트북이었다. 하지만 집에 태블릿도 있었기 때문에 노트북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이렇게 한 달 만에 노트북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웹서핑만 하는 나에게는 오버스펙이었지만 그래도 노트북이 있으면 언젠가 쓸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큰 마음먹고 질렀다. 특별히 찾고 있는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웹서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는 다시 가방에서 오늘 읽고 싶었던 책을 꺼냈다. 오늘은 시집을 읽고 싶었다. 봄비와 매우 어울리는 책이었다. 작가가 만든 아름다운 문장과 봄비 소리, 그리고 커피의 은은한 향과 봄 분위기. 모든 것이 하나의 완벽한 음악처럼 연주되는 것 같았다. 이 여유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며 나는 책과 분위기에 집중했다.

책을 읽다가 배가 고파 시간을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나는 조금 더 카페에 있기로 하고 메뉴를 추가 주문했다.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쿠키까지 주셨다. 역시 사장님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다. 공짜로 먹기엔 너무 미안한 퀄리티와 맛이었다. 이따 집에 갈 때 몇 개 더 사서 간식으로 먹어야겠다.

나는 오후 시간에도 계속해서 카페에 머물렀다. 읽다 만 책의 나머지를 보기도 했고, 조용히 카페의 음악을 듣기도 했고, 멍하니 비가 오는 거리의 풍경을 쳐다보기도 했다. 내일도 이렇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그만두고, 평생 이렇게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바쁘게 살기엔 너무 여유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슬슬 사람들이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카페에 앉아 있으면 민폐가 될 것 같아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결심한 데로 쿠키 몇 개를 주문하고 사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카페를 나와 우산을 펴고 봄비의 기운을 만끽했다. 이젠 따뜻한 정도를 넘어서 살짝 더운 느낌도 들었다. 이 아름다운 봄이 금방 떠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오늘의 봄비가 더 아쉬웠다. 지금의 여유로운 봄의 기운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의 계절이 봄과 가을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조금 재미없는 우리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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