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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2. 2022

3월 12일 서현준의 하루

술 마신 다음 날

어제 퇴근길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셨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마셨기 때문에 오늘은 숙취가 너무 심했다. 아침은커녕 점심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소수, 맥주, 막걸리까지 주종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마셔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머리가 너무 띵했다. 

어제 같이 술을 마셨던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니 그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 같았다. 나이 들어서 이리 마시면 이제 위험한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머리가 아프고 숙취 해결은 해야 하는데 나가서 먹기는 너무 귀찮았다. 집에 언제 사둔 지도 모르는 라면 하나가 보여 먼저 물부터 올렸다. 물이 끓자 설레는 마음으로 면과 수프를 넣었다. 그리고 계란까지 넣어서 조리하고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가 되었을 때, 불을 껐다. 라면 봉지를 치우려고 하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유통기한이었다. 유통기한은 작년 8월이었다. 아뿔싸. 약간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일단 숙취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유통기한을 무시하고 라면을 먹기로 했다. 

라면의 국물부터 마셨다. 그래, 바로 이거지. 속이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라면의 맛은 전혀 문제없었다. 오히려 더 맛있었다. 라면을 먹으며 라면의 유통기한을 살폈다. 다행히 유통기한 외에 소비기한이라는 것이 있어서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물론 간당간당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랴. 오늘은 토요일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회복할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모든 걱정을 버리고 미친 듯이 라면을 흡입했다. 

라면을 다 먹으니 다시 잠이 왔다. 어느새 포근해진 날씨가 내 졸음을 더욱 자극했다. 라면을 먹고 먼저 누우면 안 되는데…. 이러면 더 소화가 안 되는데….. 그러나 이성보다 본능이 더 잘 작용하는 계절이었다. 나는 다시 잠들었다. 

눈을 뜨니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대체 얼마를 허망하게 쓴 거야. 중요한 토요일을 너무 쉽게 날린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라면만 먹고 잠들었더니 속이 더부룩했다. 역시 라면이 잘못된 것인가 싶었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배가 빵빵해서 음식이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힘들었다. 

핸드폰을 보니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어제 같이 술을 마신 친구인 찬성이었다. 그는 우리 동네 근처에 사는 친구였다. 나는 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전화했어? 자고 있었다”

“뭐하냐?”

“잤다니깐….”

“오늘 뭐할 거냐?”

“몰라, 왜.”

“술로 해장하는 거 어때?”

“미친 새끼 ㅋㅋ ….. 그럴까?”

“감자탕이나 하나 먹고 일찍 끝내자.”

“콜.”

“그럼 자주 가는 그곳에서 1시간 후에 보자”

“오케이”

전화를 끊고 나니 약간 후회가 되었다. 속도 안 좋은 것 같은데 또 어제에 이어서 술을 마신다고 했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미친놈 같았다. 근데 뭐 하루 정도 또 마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니….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이제야 오늘 처음으로 세수와 양치를 했다. 나 스스로도 이게 사람이 맞나 싶었다. 엄청난 속도로 나갈 준비를 마친 나는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은 언제까지 술을 마실까? 술을 마시고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낼까? 아마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를 보낼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흠… 다음 주에는 좀 생산적으로 살아봐야겠다. 오늘은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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