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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11. 2022

3월 11일 조형주의 하루

핸드폰 바꾸기

“뭐야 또 안 켜지네”


아침에 출근하던 형주는 갑자기 켜지지 않는 핸드폰을 보며 익숙하다는 듯 혼잣말을 했다. 출근하는 길에 웹툰을 보는 것을 좋아하던 형주는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핸드폰 없이 출근을 해야 했다. 회사에 도착한 형주는 핸드폰에 충전 케이블을 연결했다. 잠시 후,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형주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형주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은 6년 전에 구매한 모델이었다. 딱히 핸드폰 욕심이 없던 지난 6년 간 핸드폰을 바꾸지 않고 있었다. 핸드폰이야 전화와 카톡 정도만 잘 되면 그만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은 세월의 흔적인 역력했다. 액정은 깨진 지 오래였고 어느 순간부터는 케이스도 안 끼우고 다녀서 군데군데 찍힘이 있었다. 카메라 렌즈도 깨져 있어 누가 보면 이미 망가진 핸드폰을 어디서 주워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거친 외관과는 다르게 형주의 핸드폰은 여전히 쓸만했다. 형주가 원하는 전화와 카톡 정도는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렌즈가 박살 나서 카메라를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형주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개의치 않아했다. 다만 문제는 배터리. 노후된 배터리라 핸드폰은 수시로 꺼졌고 멀쩡히 충전했는데도 핸드폰이 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두고 있으면 핸드폰이 켜졌기 때문에 형주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형주도 핸드폰을 아예 안 바꾸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막상 바꾸려고 하니 가격이 너무 비쌌고, 사려고 하면 주위에서 “그거 몇 달만 참으면 신형 나오는데, 그거 사!”라고 조언했기 때문에 참고 썼다. 그러다가 막상 신형이 나오면 비싸서 안 샀다. 그렇게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오늘 형주의 핸드폰은 평소보다 더 말썽이었다. 케이블을 꽂아서 전원이 다시 들어왔지만 이내 꺼졌다. 업무 상 전화를 많이 받는 직군은 아니기에 큰 불편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핸드폰이 계속 안 켜지자 형주는 답답했다. 형주는 인터넷에서 핸드폰이 꺼졌을 때 다시 켜는 방법을 여러 가지 검색했지만 어떤 방법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지 말고, 새로 좀 사세요.”


형주 옆의 있던 동료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형주는 그 말을 무시하고 핸드폰을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했지만 여전히 켜지지 않았다. 형주는 수리 센터를 찾아볼까 고민해 봤지만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았다. 그 이후에도 핸드폰은 퇴근 시간까지 켜지지 않았다.


퇴근을 하기 전, 형주는 인터넷에서 핸드폰을 검색했다. 얼마의 가격에 살 수 있는지를 찾아봤고 요금제는 어떤 것을 쓸지는 확인했다. 그러나 요새 나오는 핸드폰들은 5G 요금제를 쓰고 있었기에 형주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막상 요금제를 바꾸려고 하니 조금 비싼 것 같고 5G가 아직 잘 터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형주는 쇼핑몰 사이트에서 원하는 핸드폰 기종을 검색했다. 공기계로 사려고 하니 역시 비쌌다. 


“6년 만의 사는 거 아니에요? 그냥 좋은 거 사. 오래 쓸 거잖아요.”


보다 못한 동료가 또 옆에서 형주를 부추겼다. 


“그래도 전화, 웹툰, 카톡만 하는데 아까워서요.”


형주는 핸드폰 가격을 보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핸드폰은 근데 그 기종만 쓸 거죠? 다른 회사 거면 그래도 싼 거는 있는데.”


“네. 뭐 이것만 써서 다른 회사 거는 적응 안 되더라고요.”


“이번에 저렴한 모델 나온다는데? 그거 어때요. 아…. 지금 쓸게 필요하죠. 그럼 어쩔 수 없죠.”


형주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사는 것인데 최신 기종을 사는 것이 제일 이득이라 생각한 형주는 큰 마음을 먹고 최신 핸드폰을 구매했다. 도착은 내일 새벽이었다. 형주는 이제 켜지지도 않는 핸드폰을 충전 케이블에서 빼고 가방에 넣어 퇴근 준비를 했다. 형주는 예상외의 지출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새 핸드폰을 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서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핸드폰이 정상적으로 켜졌다. 형주는 놀라 핸드폰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회사에서 말썽이던 핸드폰은 아주 멀쩡히 작동하고 있었다. 형주는 괜히 돈을 썼나라고 생각하며 잠시 후회했다. 하지만 어차피 배송은 오고 있고 이대로라면 또 고장 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형주는 아쉽지만 6년 간 사용한 핸드폰과 작별하기로 했다. 

새벽에 문 앞에 도착한다는 핸드폰. 고가의 물건이기에 누가 가져가면 어쩌나 하며 형주는 조금 불안했다. 형주는 내일은 어차피 주말이기 때문에 오늘은 늦게 자기로 하고 새벽에 오는 핸드폰을 기다리며 TV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내일은 형주가 6년 만에 핸드폰을 바꾸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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