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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7. 2022

3월 27일 정인수의 하루

홈트레이닝

스무 살이 되던 첫날, 인수는 헬스장을 등록했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했다. 인수는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멋진 몸을 만드는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스무 살이 되지 마자 헬스장으로 가서 몸만들기에 몰두했다. 모든 운동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서툴렀다. 다행히 인수가 아는 형이 운동을 좋아해서 인수는 형의 트레이닝을 받으며 몸을 만들었다. 헬스장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도 배웠고 식단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인수는 근육질의 몸매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옷태가 사는 몸매를 원했다. 그렇게 인수의 몸은 점점 좋아졌고 이른바 옷발이 잘 받는 몸이 되었다. 몸이 좋아지자 인수의 자신감도 끌어올랐다.

군대를 갔을 때도 인수는 계속해서 체력 단련을 했다. 어느 정도 짬이 차자 부대 내에 있는 체력단련실에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와 친한 선임, 동기, 후임들은 그에게 운동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인수는 제대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운동보다 술을 찾는 날이 더 많아졌고 겨우 겨우 취업을 하고 나서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헬스장에 등록해서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잘 가지 못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인수는 운동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인수의 나이는 서른 살이 넘어갔다. 근육질이었던 인수의 몸은 금방 망가졌고 연일 계속되는 회식과 술자리 약속 때문에 배만 나오고 있었다. 인수는 그나마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고 자신했지만 그마저도 서른 살이 넘어가자 무서울 정도로 체중이 불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인수를 만난 사람들은 인수가 살이 쪘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인수가 살이 붙었다고 좋아하는 어른들도 많았다. 

결국 인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헬스장에 등록하려고 했지만 코시국이 발생하면서 안전을 핑계 삼아 운동을 뒤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다시 흘렀다.

서른두 살이 된 인수는 여전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제 운동은 숨만 쉬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인수도 운동에 대한 미련이 없어졌다. 자신이 스무 살 때 어떻게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조차도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하지만 서서히 주변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곧 끝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제 무뎌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슬슬 헬스장과 수영장,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인수는 회사 사람들이 슬슬 다시 운동을 시작하자 자신도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수는 여전히 헬스장이 무서웠다. 

그러다가 인수는 홈트레이닝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지난 2년 간 홈트레이닝만으로 좋은 결과를 낸 친구를 만났고 그를 통해 어떻게 운동 루틴을 가져가는지를 배웠다. 인수도 처음에는 홈트레이닝이 크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홈트레이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수는 홈트레이닝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앱을 찾아봤지만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어디서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유튜브에서 수많은 운동 트레이너의 영상을 시청했다. 다양한 트레이너가 있었고 운동의 난이도도 상이했다. 스타일도 달랐고 루틴도 차이가 있었다. 인수는 며칠 동안 그런 영상만 보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운동을 해봤기 때문에 인수는 어떤 운동이 효과가 좋을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운동 영상만 보던 인수는 시뮬레이션하며 최적의 운동 루틴을 찾아냈다.

오늘은 인수가 처음으로 홈트레이닝을 하는 날이다. 그가 미리 재생목록에 추가해둔 영상들의 총길이는 1시간 20분 정도가 되었다. 영상은 4개 정도였다. 인수는 층간 소음을 우려해 바닥에 매트를 깔고 최대한 소리가 들 나는 운동을 선택했다. 특별히 운동 기구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예전에 운동할 때 사용하던 덤벨 정도만 준비했다. 

운동이 시작되자 인수는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신경 쓰였다. 또한 혹시나 아랫집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조심스럽게 운동을 했다. 인수는 그러다 보니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인수는 조금 소리가 나더라도 정확히 하기 위해 노력했다. 뛰는 자세가 있으면 조금 더 자신 있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수는 여전히 불안했다. 인수는 다음에는 최대한 바닥을 치는 자세가 없는 영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인수는 지치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체력도 너무 떨어져서 20번 해야 하는 것이면 10번 만에 지쳐서 땀만 뻘뻘 흘린 체 매트와 하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운동을 제대로 하는 시간이 적었다. 인수는 홈트레이닝 말고 헬스장에 가고 싶었다.  인수는 예전처럼 형들이나 아는 사람이 자신의 자세를 봐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의 첫 홈트레이닝은 끝났다. 1시간 20분의 코스는 현재 인수에게는 매우 무리였다. 인수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인수는 상체부터 하체, 코어 모든 곳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인수는 이번에 운동을 하면서 홈트레이닝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하지만 인수는 루틴을 조금 바꿔서라도 일단 해보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헬스장에 간다고 해서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트와 하나가 된 인수는 한동안 엎드려 있었다. 잠이 솔솔 오는 것 같았다. 잠시 잠이 들기도 했다. 곧 다시 정신을 차린 인수는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인수는 일단 샤워를 하기로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오랜만에 스무 살 때의 인수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샤워를 마친 인수는 다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루틴을 연구했다. 그리고 재생목록을 수정하며 다시 1시간 정도 되는 루틴으로 수정했다. 인수는 이제 매일 아침 이 루틴대로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홈트레이닝이 효과가 있는지 의심되는 인수였지만 매일 하면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수는 이렇게 6개월 정도 홈트레이닝을 하고 다시 헬스장을 등록할 계획이다. 서른두 살, 인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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