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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6. 2022

3월 26일 송신영의 하루

온라인 모임

오늘 나는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나는 예전부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권씩은 책을 읽고 있다. 소설, 사회, 에세이, 시, 과학, 교양 등 가리는 책도 없다. 모든 책의 내용을 나의 지식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주변에 책을 읽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가끔 읽은 책을 SNS에 올리면 그 책이 재밌냐고 친구들이 물어보면 추천해주는 정도의 이야기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독서 모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쁘다는 이유로 모임을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만 있을 것 같았고 수줍어서 아무 말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년을 망설이며 지내왔다.

그러다가 오프라인 독서 모임과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런 모임에 들어갈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그때도 망설였다. 모임을 돈을 내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고 시간을 꽤나 써야 했기 때문에 더욱더 참여할 생각이 많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1~2년이 흐르고 마침내 모임에 참석할 마음이 들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없는 때가 되었다. 온라인 모임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재택근무를 하며 온라인으로 회의를 할 때도 별로 효용성이 없다고 생각하던 나였기 때문에 온라인 모임도 내키지는 않았다. 결국 나는 모임은 나와 맞지 않는다 생각하고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다.

다시 2년이 지나, 주말에 할 것을 찾다가 예전에 눈여겨보던 독서 모임 사이트를 들어갔다. 여전히 꽤나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읽는 모임들이 많았다. 오프라인도 한다고는 하지만 온라인 모임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모임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요새 회사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으니 외로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었다. 지난 2년 간의 경험으로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여전히 망설여졌지만 이번에도 안 하면 정말 영원히 이런 모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가장 흥미 있어 보이는 모임을 신청했다. 


첫 번째 모임이 바로 오늘이었다. 모임의 장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모임 시작 전부터 메신저로 나에게 계속 말을 걸면서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독려했다. 모임의 규칙은 간단했다. 미리 정해진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소감을 미리 제출하는 것이었다. 미리 정해진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첫 모임에서는 질문을 모임장이 미리 만들어오지만 이후에는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각자 하나씩 질문을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은 첫 모임이었기 때문에 모임장이 많은 것을 준비해야 했다.

오늘 읽고 와야 하는 책은 고전 소설인 ‘달과 6펜스’였다. 내가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였기 때문에 굉장히 반가웠다. 이번 기회로 다시 읽었는데 예전에 읽었을 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그래서 감상문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작성했다. 

모임 10분 전이 되자 모임장은 나에게 다시 연락하며 내가 제시간에 참여하는지를 체크했다. 나는 제시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에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단정하게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집에 있는 것치고는 단정한 정도였다. 

모임이 시작되자 모임장을 비롯해서 4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어색하게 인사를 했고 모임장은 아직 5명의 사람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면서 어색한 공기를 조금은 없애려고 했다. 이들을 직접 만났으면 그래도 더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온라인 상이라 거리감이 조금 느껴졌다. 나이대는 다양해 보였다. 나와 또래인듯한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분도 있었다. 모임장은 나보다 어려 보였지만 굉장히 야무진 성격인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1명을 제외하고 오늘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모임장은 나머지 1명이 갑자기 일이 생겨 못 오거나 늦게 올 거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모임을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다시 한번 어색하게 인사했다. 수많은 오디오가 갑자기 물리니깐 매우 시끄러웠다. 아무래도 온라인 모임은 이래서 아쉽다.


우리는 서로를 각자 소개했다. 신기하게 서로의 직업을 스스럼없이 말했다. 이름이 알려진 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많았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학생인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서로를 각자 소개하는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각자의 스타일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투도 취향도, 사는 방식도 그리고 관심 있는 것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모임 내내 계속 들었다.


각자의 소개를 마치고 모임장은 미리 준비된 질문지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토론을 이어갔다. 책을 읽은 소감부터 시작했는데 굉장히 단편적인 답변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답은 매우 다채로웠다. 그리고 답변 중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그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임장은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토의를 하는 것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진지하고 혹시나 저러다 싸움이 날까 걱정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토론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굉장히 길게 했는데 그럴 때마다 모임장은 적당히 발언을 조절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할 기회를 줬다. 내가 특히 수혜자였다. 내성적인 나였기에 이런 모임을 할 때 내 주장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할 수 있었는데 모임장은 나 같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하며 답변을 유도했다. 참으로 고마웠다. 


모임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원래 오프라인 모임이 잘 된다면 각자 약속도 잡아서 따로 뒤풀이를 간다던지, 따로 술자리 모임을 가진다고도 했다. 이제 겨우 처음 본 사이들인데 원래 오프라인에서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조금 낳설기도 하고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온라인 모임이라 그런 모임을 진행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모임장은 5월~6월이 되면 한번 오프라인 모임을 주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가고 싶어졌다. 이들과 나는 어떤 사이가 될까 조금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기나긴 2시간의 모임이 끝났다. 늦게 온다는 1명은 결국 오지 않았다. 모임이 끝날 때 모임장은 다음번에 읽을 책을 같이 정하자고 하면서 단체 카톡방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3일 간 책을 추천받고 다음 모임 때 읽을 책을 투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모임 1주일 전까지 감상문과 각자 책을 읽고 질문하고 싶은 내용을 하나 씩 모임장에게 개인적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온라인 모임을 마쳤다.


2시간 동안 노트북 화면만 보고 있으니 눈이 너무 아팠다. 한동안 비가 오는 창 밖을 보며 눈의 피로를 풀어주려고 했다. 최대한 멀리 보려고 노력했다. 재미있었지만 조금 지치는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회차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어진다고 한다. 돈을 내고 하는 모임인데도 그렇다고 한다. 아무래도 책 이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이탈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예상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모임이었지만 그래도 책을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모임을 빠지지 않고 참여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음 분기에 또 등록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왕이면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신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기왕 돈 내고 시작한 거 즐겁게 진행할 수 있게 노력하려고 한다. 다음 모임이 조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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