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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28. 2022

3월 28일 강진명, 김대헌의 하루

면접 노쇼

강진명의 이야기


진명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오늘 면접을 보러 올 사람의 이력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최근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신규 팀원이 필요했기 때문에 진명은 인사팀에 충원을 요청했다. 채용 사이트에 모집 공고를 올리고 2주 정도 지나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지만 진명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사람은 빨리 뽑아야 했기 때문에 진명은 그나마 괜찮은 사람 몇 명을 추렸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3명의 후보 중 2명은 이미 면접을 봤고 오늘 마지막 한 명의 면접을 보기로 했다. 진명은 오늘 면접을 진행할 김대헌의 이력서를 차근차근 살피고 있었다.

이력서만 봤을 때 진명의 마음에 가장 든 사람은 대헌이었다. 경력도 딱 진명이 원하는 일만 했고 앞으로 진명이 계획하는 업무 방향에 있어서도 대헌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명은 여기저기 회사를 옮기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대헌은 여태까지 한 곳에만 있으면서 묵묵히 경력을 쌓았다. 그런 점이 더욱 진명의 마음에 들었다. 앞에 면접 본 사람들은 진명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진명은 김대헌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물론 대헌 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만 진명은 하루빨리 팀원이 충원되기를 바랐다.

회사 인사팀은 면접 당일이 되면 면접자에게 문자를 보내서 면접에 참석하는지를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대헌은 오늘 2시에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고 면접에 문제없이 참석하겠다고 답변을 줬다. 이력서를 살핀 진명은 다시 오전 업무에 집중했다.

점심을 먹고 진명은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면접 질문지를 검토했다. 진명은 면접자가 시간을 내준 만큼 면접관도 그만큼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면접자의 정보와 더불어 질문지를 세세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질문지 검토가 끝나고 진명은 시간을 확인했다. 면접 10분 전이었다. 아직 대헌은 도착하지 않았다.

면접 5분 전이 되었다. 여전히 대헌은 도착하지 않았다. 진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시간 약속이었다. 5분 전이 되었는데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면접자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진명은 그래도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 조금 헤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면접 1분 전이 되었다. 대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진명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인사팀에 연락해서 대헌의 위치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는 사이에 1분이 지나 이제 면접을 보기로 한 2시가 되었다. 진명은 혹시나 자신이 확인을 못했나 싶어서 면접 장소인 회의실과 회사 입구를 확인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진명은 대헌에게 살짝 실망했다. 

이제 2시 5분이 되었다. 대헌은 올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진명은 한숨을 쉬며 ‘요새 애들은 왜 이러냐’라고 동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때, 인사팀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헌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명은 혹시 대헌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순간 걱정했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2시 10분. 진명은 대헌이 면접 노쇼를 했다고 확정 지었다. 진명은 화를 내며 미리 뽑아놓은 이력서를 세절기에 넣었다. 진명은 동료들에게 ‘어떻게 안 온다는 말도 없이 연락을 씹을 수 있지? 내가 이 사람 다니는 회사에 아는 사람도 많은데, 알려주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다’ 라며 역정을 냈다. 가뜩이나 힘든 월요일, 기분 좋게 지내고 싶었던 싶었던 진명의 기분은 최악이 되었다. 



김대헌의 이야기


대헌은 지금 있는 회사를 5년 간 다녔다. 운 좋게 처음 입사 원서를 낸 곳에 합격하였고 다른 회사 면접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취업 때문에 고민하기가 싫어서 현재 다니는 회사로 바로 출근했다. 대헌에게 지금 회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연봉 자체가 높지는 않았지만 워라벨도 잘 지킬 수 있었고 회사 업무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헌의 경력을 쌓기에도 괜찮은 곳이었다. 운 좋게 요새 업계에서 떠오르는 분야의 일을 맡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대헌을 노리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좋았다. 대헌에게 이직을 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면서 대헌은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받는 연봉이 만족스럽지 않았고 무난한 회사 일들도 어느새 지루하기만 했다. 작년부터는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고 있었다. 막상 대헌의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지만 대헌은 자신이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스카우트 제의도 좋지만 대헌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에는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고 적지 않은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다. 하지만 막상 제의가 오니 대헌은 그런 회사들이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면접 자리를 피했다. 몇몇 곳은 실제로 면접을 봤지만 지금 있는 회사와 비교했을 때, 그리 좋은 조건으로 이직할 수 있는 곳들이 아니었다. 

지난주, 대헌은 자신이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 중 하나의 연락을 받았다. 대헌은 연락을 받고 나서 그 회사를 다시 검색해야 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다 보니 회사에 대한 조사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헌은 자신에게 연락 온 회사가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확인하고 괜찮은 곳이면 면접 제의를 받았다. 이번에 연락을 받은 회사는 꽤나 괜찮은 회사 중 하나였기 때문에 대헌은 면접 일정을 조율했다. 마침 대헌이 휴가를 쓰기로 한 날에 면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면접 당일인 오늘, 대헌은 지원한 회사로부터 오늘 참석하는지 확인하는 문자를 받았다. 대헌은 오늘 2시에 참석할 수 있다고 답변을 보냈다. 대헌은 면접을 가기로 미리 약속되었는데 당일까지 확인하는 회사가 조금 수상했다. 어쩌면 도망가는 면접자나 합격자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 대헌은 회사 평판 사이트에 접속해서 오늘 면접 볼 회사의 정보를 검색했다.

검색하니 평이 그리 좋지 않았다. 대헌이 정말 싫어하는 꼰대 회사의 전형이었고, 야근이 많은 곳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사이코가 있다는 평도 있었고 퇴사자가 정말 많아 항상 인력이 부족한 곳이라는 말도 있었다. 대헌은 회사의 간판만 보고 괜찮은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평가를 보니 너무 최악인 곳이라 조금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면접을 본다고 해서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헌은 앞서 가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대헌은 자신이 합격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었다. 대헌은 다시 고민했다. 지금 있는 회사와 오늘 면접 볼 회사를 객관적으로 비교했다.

어느새 시간은 12시가 되었다. 면접 볼 회사까지는 1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헌은 이제 면접을 보러 갈 준비를 해야 했다. 대헌은 10분만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때, 대헌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대헌이 전화를 받아보니 이력서를 낸 다른 회사의 연락이었다. 그리고 그 회사는 대헌이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대헌은 기뻐하며 회사와의 면접 시간을 조율했다. 그 회사는 현재 대헌이 다니는 회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따로 휴가를 내지 않고 점심시간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대헌은 빠르게 면접 시간까지 잡았다.

원하는 회사의 면접을 잡자 대헌은 오늘 면접 볼 회사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어졌다. 회사의 평이 너무 안 좋았고 회사의 위치도 지금 다니는 곳보다 살짝 더 멀었다. 대헌은 오늘 면접을 보러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점심 식사 및  볼일을 보러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 대헌은 자신이 오늘 면접 볼 회사에 면접을 보지 않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시간은 1시 50분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대헌은 지금이라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1시 59분이 되자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대헌은 전화벨을 무음으로 바꾸고 가방 안에 넣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대헌은 이런 자신이 비매너라는 것을 알기는 알았지만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2시 30분이 되었을 때, 대헌은 다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가 4통이나 와있었다. 모두 같은 번호였다. 대헌은 조용히 번호를 차단했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어차피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대헌은 생각했다. 대헌은 모든 것을 잊고 앞으로 있을 다른 회사 면접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대헌은 반드시 그곳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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