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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10. 2022

4월 10일 최명진의 하루

일요일 출근 

오늘은 일요일이었지만 월요병을 이겨내기 위해 출근했다. 물론 그런 이유는 아니었고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편히 쉴 수가 없어 일요일 오전 출근이라는 악수를 뒀다. 내일은 일찍 퇴근을 해야 했는데 도저히 오늘 출근을 하지 않으면 내일 근무 시간 내에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일요일 오전, 딱 3시간만 일하고 바로 집으로 오자. 이게 내 계획이었다.

회사에 도착하자 사무실은 무척 조용했다.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 기분이 좋았다. 내 마음대로 편하게 일하다가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려고 블루투스 스피커까지 가져왔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살펴봤다.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조용한 사무실은 완전히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고 좋아하는 사운드가 흘러나오는 사무실, 그리고 누구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없는 곳, 마음이 편했다. 


“어? 소리가 갑자기 나와서 와봤는데 명진 님이었네요?”


나는 내 뒤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자 너무 놀라 자빠질 뻔했다. 순간 귀신 인가했다. 뒤를 돌아 살펴보니 다행히 귀신이 아닌 사람이었다. 바로 정팀장이었다. 


“팀장님? 여.. 여긴 어떻게….”


“질문이 틀린 거 아니에요? 여긴 회사니까 저도 올 수 있고. 오늘 왜 왔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정팀장이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그렇죠. 팀장님은 왜 오셨어요?”


“나야…. 명진 님과 같은 이유죠. 할 일 있어서 왔어요. 명진 님 요새 일 많나 봐요?”


“아 그게 많다기보다는 아니, 많은 건 사실인데 …”


“뭘 나한테 변명해요. 송팀장이 일 많이 시키나 보네요. 자기는 출근 안 하고 자기 팀원 출근이나 시키고 말이야. 고약한 사람이네.”


“아뇨… 제가 그냥 나온 겁니다. 저희 팀 일이긴 한데….”


정팀장은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계속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팀장은 가끔 이렇게 주말에 출근을 한다고 했다. 


“나야, 회사도 집이랑 가깝고. 일도 있긴 하고. 집에 있기 싫을 때, 가끔 와요. 명진님은 오늘만 온 거죠? 자주 오지는 마요. 회사에서 알아주지도 않는데 주말 출근해서 뭐해.”


“내일 좀 일찍 가고 해야 해서 오늘 잠깐 나온 거예요. 오전만 있다가 가려고요.”


“그래?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햄버거 어때요? 내가 사줄게. 내가 시킬게요.”


“앗. 아니에요. 제가 사겠습니다.”


“무슨…. 이따 11시쯤 시킬게요. 여기서 시킬 건데 뭘 먹을 거예요?”


“….. 아 전 그냥 이거 기본 메뉴 하겠습니다. 제가 사도 괜찮은데…..”


“ 그냥 내가 사는 거니까 그냥 먹고 가요. 아, 꼭 나랑 먹을 필요는 없고 탕비실에 음식 놓을 테니 알아서 가져가요. 이제 나도 빨리 일 끝내고 갈 테니, 나 신경 쓰지 말고 음악 잘 들으면서 일하다가 햄버거 먹고 가요. 선곡 좋네.”



정팀장은 내 어깨를 토닥이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정팀장은 사람들에게 장난을 잘 치는 스타일이지만 그만큼 사람들도 잘 챙겨주기에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우리 팀 송팀장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갑자기 상사를 만나서 주말 근무가 불편해질 뻔했는데 그래도 같이 일 하는 사람이 정팀장이라서 다행이었다. 괜히 나를 방해하지는 않을 사람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빠르게 끝냈다.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그리고 빠르게 끝나서 막상 할 일이 없어졌다. 약간 허무한 느낌. 주말에 왜 출근했나 싶은 정도였지만 막상 내일이 되면 다른 일이 몰려와서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야근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 오늘 출근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또 주말에 출근하고 싶지는 않지만.


“명진 님. 미안해요. 햄버거 와서 내가 탕비실에 놨어요. 나 집에서 불러서 먼저 가요. 너무 오래 있지 말고 꼭 밥 먹고 집에 가세요. 주말 잘 보내고, 내일 봐요!”


정팀장의 메시지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하니 정팀장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나는 정팀장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탕비실로 가서 햄버거를 챙겼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텅 빈 사무실에서 편하게 밥을 먹었다. 창밖을 보니 너무나 좋은 날씨였다. 기왕 출근한 거 오후에 잠깐 돌아가니다 가야겠다. 나는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며 주변에 구경을 할만한 것이 없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다시 돌아온 나의 주말이었다. 

근데 누가 월요병을 이기려면 일요일에 출근하라고 한 것인가? 오늘 출근하니 내일은 더욱 출근하기가 싫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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