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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pr 09. 2022

4월 9일 조수연의 하루

주말 도서관 산책

날이 너무 좋은 날이었다. 집 주변에는 분홍빛 벚꽃이 만개했다. 따스한 바람과 함께 벚꽃이 흩날리는 풍경이 예뻤다. 창문을 열고 봄바람의 향기를 맡으며 봄을 만끽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산책을 가고 싶어졌다. 밥을 먹자마자 자기 방으로 들어간 아들에게 엄마와 산책을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들은 게임이나 하고 싶다며 나를 귀찮아했다. 하는 수 없이 나 혼자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나는 집 근처의 예쁜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봄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사방에서 날린 벚꽃이 밟혔다. 보아하니 벚꽃도 머지않아 완전히 질 것 같았다. 아마 오늘이 절경일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와있는 것 같았다. 별로 북적이지 않았던 공원은 주말 산책을 나온 주민들로 붐볐다. 몇몇은 마스크까지 내린 채 산책을 하고 있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도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벚꽃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관찰하는 동네 주민이었다. 

공원 근처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이 동네에 이사 오고 한동안은 동네 도서관을 애용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찾아왔고 도서관이 폐쇄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종이책 대신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심심할 때 전자책을 읽거나 서점에서 구매한 종이책을 읽었다.

대학교 시절부터 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책 특유의 냄새가 좋았고 집과는 달리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기에 나는 도서관을 애용했다. 공부를 할 때는 물론이고 공강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이후가 되면 항상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읽었다. 

그렇기에 나는 동네 도서관도 좋아했다. 지난 2년 간 도서관을 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귀찮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집에서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마음도 멀어졌다. 

오늘 산책을 하다 보니 나는 불현듯 도서관을 가고 싶어졌다. 아들에게 엄마가 조금 늦을 것이라고 카톡을 보냈다. 아들은 아마 답장이 없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도서관으로 걸어갔다. 건물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열람실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어떤 책을 읽을 것인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로 들어온 신간 중에 시집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시를 읽고 싶었다. 그래서 한 권을 챙겨 자리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읽고 싶었던 책이 생각났다. 나는 도서 검색대로 가서 내가 원하는 책이 읽는지를 검색했다. 다행히 대출 가능한 책 중에 내가 찾던 책이 있었다. 책의 위치를 파악한 나는 책을 찾아 아까 가져온 시집과 함께 읽으려고 자리에 앉았다. 

도서관 특유의 책 냄새, 조용히 책을 넘기는 소리, 원하는 책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책을 덮는 소리 등 모든 것이 내가 좋아하던 도서관의 풍경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니 집중도 잘 되었고 기분도 좋아졌다. 슬쩍 열어둔 창에서 살랑 상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내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했다. 그렇게 나는 2시간 넘게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어느 정도 읽으니 잠이 올 것만 같았다. 나는 보던 책을 덮고 대출을 하기로 했다. 책을 대출한 나는 가방에 책을 넣고 다시 도서관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도서관 주위 공원을 산책하며 잠을 깨려고 했다. 천천히 공원을 30분 정도 산책을 했다. 공원 주위에는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키고 테라스에 앉아 아까 대출한 책을 다시 읽었다. 도서관만큼 집중이 되지는 않았지만 테라스에서 읽는 책의 느낌도 좋았다. 최근 기분이 우울했는데 모처럼만에 만나는 따스한 봄의 기운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늘은 나에게 치유가 되는 날이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 카톡이 왔다. 아들의 메시지였다.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는 메시지였다. 엄마의 평화를 깨는 아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나는 아들에게 엄마가 밥 사 줄 테니 카페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들은 한참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얘가 오기 싫어하는 것 같아 짐을 챙겼다. 그때,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뭐 사줄 거냐는 말이었다. 나는 웃으며 아들이 먹고 싶은 거 다 괜찮다고 했고 아들은 금방 나가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아들을 기다렸다. 저녁 먹고 아들과 함께 이 봄날의 저녁을 조금 더 즐기고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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