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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16. 2022

5월 16일 조해준의 하루

새로운 팀원이 입사하는 날

해준은 작은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다. 작다고는 하지만 5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곳이었다. 해준이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 비해서는 작았지만 더 많은 책임과 자유, 그리고 권한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해준은 이곳으로 이직했다. 

막상 이직하고 나니 회사의 안 좋은 점들을 파악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준은 회사를 재미있게 다니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해준의 팀에 신규 채용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해준의 팀은 해준을 비롯해 2명이 있는 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팀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아무튼 해준보다 경력은 1년 정도가 더 많은 사람이 팀장이었다. 둘이서 어떻게든 영혼을 갈아서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사람이 없으니 한계가 찾아왔다.

그러다가 작년 10월부터 해준의 팀에 TO가 생겼다. 해준은 이제 자신의 부사수가 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준의 팀에 지원하는 사람은 너무나 적었고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면접 보면 별로인 경우가 많았다. 정말 괜찮은 사람인 경우에는 합격 이후에도 입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흘렀다. 

해준과 팀장 모두 새로운 사람이 오는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 기적적으로 정말 괜찮은 사람이 지원했다. 면접도 깔끔했다. 연봉도 회사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경력도 괜찮았다. 그래서 그 사람을 채용하기로 했고 연봉 및 입사일을 협상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새로 입사를 하기로 한 사람은 2달 정도 있다가 이직을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통상 퇴사 통보가 한 달 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2달은 길었다. 하지만 사람이 잘 안 들어오는 마당에 이런 것을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결국 그의 일정을 맞추기로 하고 입사 날을 확정 지었다.

오늘이 바로 새로운 사람이 입사하는 날이었다. 해준은 지난주에 퇴근하기 전,  자신의 부사수가 들어올 자리를 정리했다. 책상을 깨끗하게 닦고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이나 먼지 등도 최대한 없애려고 했다. 부사수가 쓰게 될 컴퓨터가 잘 작동하는지 몇 번이고 체크했고 부사수를 위해 준비한 사무용품들도 깔끔하게 배치했다. 이제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오늘 해준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했다. 원래 같으면 월요병에 시달리는 해준이었겠지만 오늘 출근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새로 만나게 될 사람에게 어떻게 잘해줄지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했다. 출근을 마치고 나니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준은 부사수의 자리를 한 번 더 깨끗하게 닦고 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해준이 출근하고 20분 정도 지나자 팀장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제 10분 안에 부사수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해준은 주말 사이에 온 메일 내용을 체크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는 팀장에게 밝게 인사했다. 그러나 팀장은 그리 안녕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해준은 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팀장은 오늘 입사할 사람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해준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해준의 회사에서 인사팀은 입사 전 날과 당일에 확인 차 문자를 보냈다. 월요일에 입사하는 경우에는 그 전 주 금요일과 당일 출근 1시간 전에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오늘 입사할 사람이 지난주 금요일에도 답변이 없었고 오늘도 그 어떠한 대답도 없는 상황이었다. 인사팀은 팀장에게 가끔 이렇게 아무런 답변 안 해도 잘 오는 분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팀장은 굉장히 불안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해준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해준은 화가 났다. 자기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편의를 봐줬는데 입사할 사람이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연락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준은 그의 태도에 매우 실망했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9시가 넘어갔다. 그는 오지 않았다. 팀장은 인사팀 자리로 가서 한번 전화해달라고 했고 인사담당자는 몇 번째 전화하고 있는데 계속 그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팀장 역시 굉장히 화난 상태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해준은 짜증을 내며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기로 했다. 팀장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해준에게 커피나 마시러 가자고 제안했다. 


카페에 간 해준과 팀장은 아무 말 없이 커피만 마셨다. 카페에서는 서글픈 이별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해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이제 저희 어떻게 하죠?”라고 물었다. 팀장은 “어쩌긴 어째. 또 지원하겠지. 조금만 더 힘냅시다. 에휴…. 하나마나한 말이다 정말.”이라며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인상을 썼다. 그리고 그때, 팀장에게 인사팀에서 전화했다. 



“네 여보세요.”


“팀장님. 지금 어디 계세요?”


“밑에 카페요.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아뇨, 천천히 오셔도 됩니다. 그분 연락 오셔서 전화드렸어요.”


“네? 그 사람이 연락 왔다고요? 지금 오고 있데요?”


팀장은 인사팀의 말에 다시 자세를 바로 잡으며 큰 소리로 물었다. 덕분에 해준도 팀장이 지금 무슨 통화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아뇨. 다른 회사 합격했데요. “


“아 미친! 그런데 왜 당일 날 연락도 안 하고 그랬데요?”


팀장은 짜증 내며 인사팀에게 물었다.


“아…. 지금 연락했으니 된 거 아니냐고…그분이…..”


“…….”


“하아…. 저도 별 꼴을 다 보네요. 이따 점심이나 같이 드시죠.”


“……. 끊을게요.”


전화를 끊은 팀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화를 식히고 있었다. 해준은 팀장의 행동을 보고 입사 예정자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것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기에 해준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저 해준은 크게 한숨을 쉬며 속으로 외쳤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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