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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22. 2022

5월 22일 최병권의 하루

교회

병권은 오늘 약 2년 만에 대면 예배를 드리러 교회로 갔다. 병권은 모태신앙이라고는 하지만 부모님의 손을 따라 교회를 다녔을 뿐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았다. 교회에 아는 사람도 많았고 소모임에도 참여하였고 봉사나 선교 활동을 하기도 했다. 얼마 하지는 않았지마 아이들을 좋아해 어린이 성경학교에 참여하기도 했다. 교회 때문에 주말 전체 시간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지만 병권은 항상 자신이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라고 주변에 말했다. 

그러던 병권은 코로나 때문에 대면 예배를 드리지 않게 되었다. 온라인 예배와 모임을 할 수는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온라인 예배만 드리게 되었고 점차 교회에서 멀어진 삶을 살게 되었다. 처음에 병권은 마음이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3개월 정도가 지나자 그런 마음조차 사라졌다. 병권은 본래부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교회에서 멀어진 삶에 금방 적응하였다. 

병권은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그런 병권이 조금 의아했다. 본인은 신앙심이 깊지 않다고 하지만 비기독교인 입장에서는 병권은 굉장히 독실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병권은 자신이 하나님과 예수님을 믿기는 하지만 남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성경 말씀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만 교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교회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이 여태까지 그래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권은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평범한 삶의 루트처럼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자신은 지금 코로나라는 일상에 다시 적응하고 살뿐이라 설명했다. 그러면 더 이상 주변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더 묻지 않았다. 

올해 봄부터 코로나 제한 등이 풀리면서 병권은 다시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2년 동안 적응하면서 자신이 찾은 새로운 일상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굉장히 망설여졌다. 별다른 활동을 안 하고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삶이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회에서 병권을 알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병권이 교회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처음에 병권은 그들을 외면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병권의 부모님도 병권에게 대면 예배를 드리라고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던 병권은 결국 다시 교회로 가기로 했다. 

병권은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단장하고 원래 다니던 교회로 갔다. 2년 전 항상 예배를 드리던 시간에 가자 익숙하던 광경이 펼쳐졌다. 병권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빼면 2년 전이랑 그리 달리지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교회에서 만났던 인연들이 병권을 반겼다. 예배가 끝난 후에 있을 소모임에도 오라고 그들은 권했지만 병권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예배만 드리겠다며 거절했다. 사실 병권은 오후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첫날부터 모든 것을 되돌리기엔 병권은 아직 부담이 되었다. 지난 20여 년을 교회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에 익숙했던 병권은 단 2년 만에 그런 생활이 너무나도 어색진 것을 느꼈다. 

예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병권은 오랜만에 경건함을 느꼈다. 모든 것은 온라인 예배와 같았지만 교회 특유의 분위기와 현장감은 잠시 멀어졌던 병권의 신앙심을 조금은 다시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병권을 계속 기도를 드리며 오랜만에 교회를 찾은 자신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음에 감사를 표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기도를 드리며 목사님의 예배 말씀을 들으니 병권은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 2년 간 잊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다시 회복되고 있음을 느꼈다. 병권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병권은 오랜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예배가 끝나고 병권은 자신이 알던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들은 병권이 돌아왔음을 환영했고 다른 사람들처럼 병권에게 소모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병권은 이번에도 거절했다. 예배를 통해 평안함을 얻었지만 아직은 그런 모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병권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교회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가며 병권은 1달 정도는 그냥 예배만 드리다가 그다음부터는 소모임을 시작으로 교회에서의 삶을 다시 회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오늘 경건함과 평안함을 느꼈고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마음을 더욱 굳건하게 가져가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을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지난 20여 년 그래 왔던 그러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기는 것이 이제는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병권은 그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주말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신의 원래 살아왔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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