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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23. 2022

5월 23일 박미혜의 하루

미친 월요일

또다시 월요일이 찾아왔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은 더욱 일어나고 싶지도 출근하고 싶지도 않다. 그럴 때는 이번 달 카드값이나 나가야 할 돈을 확인한다. 그러면 내가 오늘 출근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생긴다. 단지 월급. 그것 때문에 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오른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지하철로만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이 열차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나는 앉아서 갈 수 있다. 힘겨운 출근길이지만 그래도 앉아서 갈 수 있다는 점은 큰 위안이 된다. 자리에 앉으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며 모자란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으로 웹서핑을 한다.

음악은 그때그때 끌리는 노래를 찾아서 듣지만 오늘처럼 월요일이면 반드시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뱅글스(The Bangles)의 ‘미친 월요일(Manic Monday)’라는 곡이다. Manic이라는 단어를 다양한 뜻으로 쓰이고 정확히 하면 ‘정신없는’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 같지만  나는 ‘미친’이라는 뜻이 더 이 노래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노래는 몇 년 전 내가 자주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주 옛날 노래인데 경쾌한 인트로와 예쁜 목소리의 보컬, 그리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멜로디 때문에 무척 마음에 든 곡이었다. 그 후 나는 이 노래를 내 플레이리스트에 넣었고 반복해서 들었다. 나는 노래가 좋아지면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어떤 사람이고 이 노래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찾아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월요일’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어떤 듯인지 궁금했고 예쁘게 노래를 부르는 이 가수는 유명했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 속에 숨겨진 사연을 찾아봤다.


뱅글스라는 가수는 미국의 록밴드로 멤버 전원이 여성이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겠지만 빌보드 1위도 해본 꽤나 유명한 밴드다. ‘미친 월요일’은 1986년 1월 27일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즉 나와 같은 날 세상에 알려진 자매와 같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인 프린스(Prince)가 뱅글스에게 준 곡이라고 한다. 프린스는 뱅글스의 데뷔 앨범을 듣고 무척 마음에 들어 했고 이 노래를 선물로 줬다고 한다. 원래 이 노래는 뱅글스를 위한 노래는 아니었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서 그녀들에게 왔고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되었다.

노래는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뜬 한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아침 6시. 아주 멋진 남자와 키스를 하는 단 꿈에 빠져있는 여성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일을 하러 가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늘이 일요일이기를 바라지만 결국 오늘은 미친 월요일일 뿐이다. 이러한 내용인데 결국 월요병에 대한 노래다. 출근 송으로 꽤나 적절한 노래인데 실제로 이 노래는 미국에서 월요일마다 라디오 신청곡으로 자주 올라오던 곡이라고 한다. 80년대 미국의 출근 풍경인데 어째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 노래를 나의 월요일 출근 송으로 지정했다. 노래 속의 여자가 나 같을 때가 많았고 그렇다고 자신의 상황을 서글프게 부르지 않고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함께 묘사하고 있어서 힘이 될 때가 많았다.

가사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하고, 9시까지 일터로 가야 하지.
내가 비행기를 탔어도 아마 나는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오늘 무엇을 입어야 할지 알아내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오래 걸리거든.
(지각한 것을) 기차 탓으로 핑계되지만 내 상사는 벌써 도착해 버렸어.



이 가사를 보자마자 나는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서 입을 옷을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늦게 타서 지각할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 상사는 나보다 늦게 왔지만 직장인에게 언제든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처럼 꽤나 공감되는 가사를 담고 있어 더욱 내가 애정 하는 노래 중 하나다.


나는 ‘미친 월요일’을 원곡만 듣지는 않는다. 내가 ‘미친 월요일’이라고 명명한 나의 월요일 출근 플레이리스트에는 원곡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커버곡들도 있다. 먼저 노래를 만든 프린스 본인이 부른 버전이 있고 록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빌리 조 암스트롱이 커버한 곡도 있다. 이 노래는 어쿠스틱 버전도 같이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그 외에 이름을 잘 모르지만 누군가가 커버한 버전도 있다. 또한 뱅글스의 보컬인 수잔나 홉스가 부른 라이브 버전도 있는데 80년대 아주 젊은 시절의 노래부터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과 부른 버전, 이제는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2021년에 노래한 버전도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그녀가 나이가 들고 나서의 버전은 가끔 영상으로도 보는데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그녀의 노래는 무언가 슬픔이 담겨 있다. 예전만큼 통통 튀는 모습은 아니지만 세월의 흐름과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같은 노래를 불러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가끔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이렇게 한 노래를 다양하게 듣는 것은 그만큼 이 노래가 나에게 위안이 되고 내 삶의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싫을 정도로 미칠 것 같은 월요일을 이 ‘미친 월요일’로 버틴다.


미리 담아둔 플레이스트를 거의 다 들을 때쯤 나는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로 걸어간다. 이 때는 이제 귀를 쉬게 해 준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지로 걸어가는 소리, 도시의 아침을 알리는 자동차 소리, 어딘가 바쁘게 전화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 등 현실의 노래가 내 귀로 들어온다.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월요일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 입구에서 다시 돌아가 집으로 가는 상상을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미친 월요일이 시작된다.



It’s just another manic Monday


또다시 미친 월요일이야


Wish it was Sunday


오늘이 일요일이었으면


‘Cause that’s my fun day


일요일은 즐거운 날이니깐


My “I don't have to run” day


‘뛰어다닐’ 필요가 없는 날이니깐


It’s just another manic Monday


또다시 미친 월요일이네




https://youtu.be/SsmVgoXDq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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