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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y 21. 2022

5월 21일 정인준의 하루

주말 일상

어제는 금요일이었지만 불금을 전혀 즐기지도 못했다. 다음 주에 있을 행사 때문에 금요일에도 꼼짝없이 야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오늘 새벽에야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오고 나서는 한참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시간은 2시가 되어있었고 나의 주말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집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밥을 먹었다. 유통 기한이 이미 지난 밑반찬과 보온시간만 100시간이 넘어가고 있던 밥솥 안의 밥이 나의 점심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도 피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잠을 잘까 고민해봤지만 그러기엔 너무 주말이 아까웠다. 정신을 차리고자 나는 차를 타고 어디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밖에 나왔다. 차 안에서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웃렛을 목적지로 삼았다. 나는 특별히 쇼핑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몇 달 전 근처에 생긴 아웃렛이 갑자기 궁금해져서 바람도 쐴 겸 가기로 했다. 

하지만 운전을 한 지 10분 만에 나는 후회되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어딜 가도 차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시원하게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는데커녕 정체 때문에 제대로 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토요일, 그것도 3시 이후에 밖에 나온 내 잘못이었다. 당연히 이 시간엔 사람이 많지. 게다가 아웃렛이라니.. 그것도 얼마 전에 생긴 매우 핫한 아웃렛이라니…. 

아웃렛까지는 원래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지만 길이 하도 막혀서 1시간 넘게 도로에 있어야 했다. 겨우 아웃렛 근처에 왔지만 이번엔 주차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대로 방향을 틀어 다시 집에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이 너무 아까워서 나는 어떻게든 기다렸다. 

마침내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 내려서 기지개를 켜는데 그렇게 땅에 서있을 수 있는 것이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 아웃렛은 자연과 어울리게 만들어진 곳이었는데 그 풍경이 꽤나 예뻤다. 사람만 없으면 정말 매일 오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웃렛에 사람이 없을 수가 있나? 그럼 망하겠지. 나는 아웃렛 안을 구경하기로 했다. 

쇼핑에 관심이 없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아웃렛에서는 살 것이 없었다. 오픈 기념으로 이런저런 행사도 하고 세일도 하고 있었지만 가격적인 메리트는 크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도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하지 못했다. 옷 가게 말고도 꽤나 맛있어 보이는 음식점과 카페들도 있었지만 사람이 없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뭔가를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그냥 아웃렛을 나와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의 목적은 쇼핑이 아니지 않은가?

따뜻한 햇살과 은은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웃렛 근처에 산책로도 잘 다듬어져 있어서 나처럼 특별한 목적 없이 걷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나는 1시간가량 거닐기 좋은 산책로에서 휴식을 만끽했다. 

휴식을 끝내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막막했다. 집에 가려면 또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산책이나 할 거면 그냥 동네 산책로나 다녀올걸 이라는 후회가 몰려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 차에 타서 다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까보다 더 막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정체된 도로에서 나 혼자 노래를 따라 불렀다. 배가 고파졌다. 중간에 내려서 주변에 있는 식당이라도 갈까 고민했지만 그냥 최대한 집에 빨리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노동 같은 드라이브를 계속 즐기기로 했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8시가 되었다. 뭔가를 해 먹기에도 귀찮고 시켜먹는 것도 아까웠다. 무엇보다 너무 피곤했다. 그냥 씻고 자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핸드폰에 메시지가 하나와 있었다. 상사의 연락이었다. 혹시 내일 잠시 출근해줄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짜증이 밀려온다. 오늘 그냥 집에서 쉴 걸이라는 후회가 다시 몰려왔다. 나는 애꿎은 배게만 몇 번 주먹으로 치고 잠이나 실컷 자기로 하고 침대에 누웠다. 뭔가 이번 주말은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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